'이마트24' 점주들,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에 발칵...신세계그룹 "가맹점과 직영점으로 법적 문제 없다"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선보인 '노브랜드'와 이마트의 편의점브랜드 '이마트24'의 가맹점주들이 상권침해·제품공급 등에 놓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신세계그룹의 편의점 가맹점인 이마트24의 점주들이 신세계그룹을 지탄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육성 중인 '노브랜드'가 이마트24시 인근에 문을 열면서 상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이마트24 점주들 중 일부는 노브랜드의 상권침해 논란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울산 성남점 외에 전국 4곳에서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24점주들은 이마트가 직영하는 노브랜드가 이마트24와 취급품목과 수요 고객층이 겹친다며 상권침해 논란이 제기하고 있다. 가맹점을 보호해야 할 본사가 다른 계열사의 직영점으로 가맹점들의 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마트 측은 노브랜드가 직영점이고 업종도 할인점으로 동일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인 이마트24와 동일업종이 아닌 만큼 상권침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모든 논란의 시작 '노브랜드'

논란의 중심에 자리한 노브랜드는 2016년 4월 이마트의 PB상품으로 등장했다. 이마트는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상품들을 PB로 만들면서 브랜드를 아예 삭제하는 마케팅에 나섰고, 큰 호응을 받았다.

노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마트는 계열사인 이마트24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편의점업계 후발주자였던 이마트24로서는 노브랜드 제품이 가맹점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같은 해 8월 노브랜드 직영점을 열기 시작했고, 결국 이마트24점주들과 갈등이 시작됐다.

첫번째 갈등의 시작은 노브랜드 제품 공급 문제였다. 이마트24 점주들 중 일부는 "당초 이마트가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노브랜드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해 놓고, 지난해 말부터는 노브랜드 제품이 아닌 PB(전용상품)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을 믿고 가맹점을 차렸는데, 길 건너에 이름만 바꾼 직영점을 차리는 건 횡포"라고 목소리는 높였다.

노브랜드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노브랜드 직영점도 논란을 키웠다. 이마트24 인근에 노브랜드 직영점이 들어서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마트24 일부 점주들은 이마트에 대한 소송에 나섰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출점하면서 이 규정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소송을 제기한 점주들은 "이마트24는 이마트의 자회사이고, 노브랜드는 이마트의 직영점인 만큼 계열관계가 성립한다"면서 "이마트24와 노브랜드의 취급품목이 상당부분 겹치고 고객층이 유사한 만큼 동일한 업종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다른 해석들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서울동부법원은 "가맹사업법을 지킬 의무는 본부인 이마트24에 있다"면서 "모회사인 이마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판결했다. 소송에서 패소한 점주들은 결국 문을 닫았다.

변종출점 가능성 키운 법원

유통업계에서는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우려하는 모습이다. 노브랜드 출점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이 이마트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변종 출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어서다.

이마트24 점주들의 소송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주원의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대기업이 또다른 계열사를 통해 제약 없이 유사 업종 점포를 근접 출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같은 제품을 같은 고객들에게 팔아도 업종만 다르면 문제가 없다는 판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법원의 결정을 우려했다. 공정위 한 관게자는 "가맹본부 뿐 아니라 계열회사에도 영업지역 침해 금지를 적용하는게 가맹사업법의 취지"라며 "법원의 결정으로 가맹사업법의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귀뜸했다.

신세계그룹은 법원의 결정을 받은 만큼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국 200개의 노브랜드 직영점 외에 새로운 매장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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