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에 그룹지원 끊기며 폐업 위기...웅진에너지 위기에 웅진도 신용등급 하락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의견거절'로 거래정지 상황인 웅진에너지가 공장가동률 축소와 생산이력 감축 등 사실상 폐업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코웨이 인수로 재기에 나선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 위기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재게에 따르면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에너지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웅진에너지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내놨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은 막대한 적자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기업존손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 웅진에너지는 지난해에만 5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에 대한 지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금 회장이 과거 그룹의 상징이었던 코웨이를 인수하는데 전력을 쏟으면서 웅진에너지를 지원할 만한 여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앞서 웅진그룹은 1000억원대의 자금을 웅진에너지에 지원한 바 있다.

문제는 웅진에너지가 위기가 단순히 웅진에너지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웅진에너지가 폐업 수순에 들어갈 경우 웅진그룹의 지주사인 (주)웅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주)웅진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조정했다.

과거 태양광 리딩기업이었지만, 폐업 위기를 겪고 있는 웅진에너지. 웅진그룹에 새로운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웅진에너지의 상황을 살펴봤다.

中 태양광 기업들의 저가공세에 털썩

2006년 설립된 웅진에너지는 국내 1위의 태양광 잉곳, 웨이퍼 제조업체다. 국내 최고 기술력과 생산시설을 보유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리딩기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이 침체기를 맞고, 중국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특히 중국업체들의 추격은 웅진에너지의 위기를 심화시켰다. 중국 경쟁사들은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였고, 생산능력을 엄청나게 늘리면서 가격경쟁을 주도했다. 그 결과 높은 품질의 가진 웅진에너지의 제품들은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시장에서 외면받았고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웅진에너지의 최대주주인 (주)웅진이 10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에 나섰지만, 상황을 바꿀 순 없었다. 결국 웅진에너지는 공장가동률을 최소한으로 낮추고 생산인력을 내보내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실제 웅진에너지의 구미공장과 대전공장의 가동률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이런 결과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1000억원대의 자금투자에 나설 만큼 웅진에너지에 대한 애착이 컸기 때문이다.

그룹 내 한 관계자는 "설립초기만 해도 태양광 사업이 친환경·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으면서 관련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되레 침체기를 맞게 됐다"면서 "여기에 중국 정부가 태양광 관련 보조금을 삭감하고 중국업체들은 대규모 설비를 갖추는 등 가격경쟁에 나서면서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도 결국 웅진에너지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내놨다. 감사를 맡은 EY한영은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을 반영하면 기업존손에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거래소는 곧바로 웅진에너지에 대한 거래를 정지시켰다.

지원여력 없는 웅진, 결국 청산으로 가나

웅진그룹은 폐업위기에 몰린 웅진에너지를 도와줄래도 도와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미 웅진에너지에 대한 결정권한은 채권단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채권단에 넘어간 권한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웅진그룹은 현재 코웨이 인수로 인해 웅진에너지에 지원할 자금여력이 없는 상태다.

결국 웅진에너지 앞에는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란 선택지만 놓여 있는 셈이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 이후 청산절차까지 갈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웅진에너지의 현재 존속가치는 2590억원대인데, 청산시에는 10000억원대에 불과해 청산절차를 밟은 경우 선순위 채권자인 금융사들의 빚을 갚게 되면 남은 자산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웅진에너지의 청산이 웅진그룹에게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웅진에너지가 청산될 경우 웅진그룹의 신용등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코웨이 인수과정에서 조달한 외부자금에 대한 금융비용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주)웅진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조정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과정에서 외부자금을 갖가 썼기 때문에 8월까지 1400억원의 금융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이 내려가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금융비용 조달을 실패할 경우 과거처럼 다시 그룹해체 수준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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