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도 1800만원 포함해 급여만 6500만원, 영수증은 어디에?...밤이 되면 지역에서 간담회 여는 ‘워커홀릭’ 부의장님?

서울시의회가 4년간 80억원대의 세금을 특활비 명목으로 시의원들에게 지원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병건 기자] 서울시 의회가 두달 뒤면 출범 1년을 맞는다.

지난해 서울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서울시 시의원님들은 얼마나 열심히 일했을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서울시 의원님들의 업무성과를 분석했다.

자료수집·활동비로 月150만원?

지난해 11월4일 오후 2시 서울특별시의정비심의위원회 회의. 이날 회의에서 서울시 의원님들은 자신들의 급여를 스스로 올렸다. 당시 공무원 인상분의 50% 정도를 인상했고, 그래서 올해부터는 약 6500만원을 수령하고 있다. 2016년까지는 연간 약 6250만 원을 수령했다.

그렇다면 현재 서울시 의원님들의 급여는 얼마일까?

서울시의회 사무처 발간 자료에 따르면 순수 급여(월정수당)는 391만4190원으로 돼 있다. 하지만 사무처 담당자는 지급기준액으로 386만4590원이 지급된다고 했다. 반면 시의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월정수당 기준표에는 381만5000원으로 돼 있다. 공신력이 있어야 하는 공공기관의 자료와 담당자의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정확한 월급여를 알려면 의원님들의 급여명세서가 필요하지만, 서울시의회가 공신력 있는 기관이고, 믿을만하니 일단 연간 약 6500만원으로 정리하자.

이 급여에는 ‘의정 자료 수집비’와 ‘연구비’, ‘의회 보조 활동비’가 포함돼 있다. 지급근거에 대해 서울시 의회 관계자는 “지방재정법 33조와 시행령 33조에 근거해서 지급한다”고 한다.

자! 의원님들은 이 법령에서 정하는 어느 정도 선까지 지급받고 있을까. 설마 한도액을 꽉 채운 것은 아닐까.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해당 근거에 따르면 ‘의정 자료 수집비와 연구비’는 ‘120만원 이하로 지급 가능하다’고 돼 있다. 서울시 의원은 딱 120만원을 받고 있다.

지방재정법 시행령 33조에 ‘의회 보조 활동비’도 나와 있다. ‘월 30만원 이하로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다. 역시나 30만원을 꽉 채워서 받고 계신다.

서울시의회를 통해 확보한 부의장단의 업무추진비 내역.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일식집과 한식집에서 지출한 내역이다. 출처=서울시의회

그래서 나온 금액이 월 150만원의 자료 수집비와 연구비다.

주목할 점은 이 돈을 지출하는데 영수증과 같은 증빙 따위는 필요 없다.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의원님들이야 연구와 의정자료 수집에 사용하시겠지만, 생활비로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다.

이 금액을 모두 더하면 얼마일까. 서울시 의원이 110명이다. 매달 1인당 150만원이면 1년이면 19억8000만원이다. 임기 4년을 감안하면 총 79억2000만원의 비용이 영수증조차 없이 현금으로 지급된다. 80억원대에 달하는 시민들의 세금이 어딘가에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식당에서도 동네에서도 예산절약?

서울시 의원님들이 쓰시는 비용들도 살펴보자.

먼저 서울시 의회 부의장 중 한 분은 지난 3월15일 방배동의 유명 일식집을 방문하셨다. 이 집의 사시미 가격은 최소 6만원에서 시작한다. 의회 기록에 따르면 부의장 일행들은 9명이 방문했는데, 결제금액은 24만8000원이 지불됐다.

조금 이상하다. 정상적이라면 최소 54만원 이상 나와야 한다.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네 분만 식사를 하시고, 나머지 다섯 분은 분명 배가 아프셨던가, 아니면 물만 마셨다는 얘기다. 이도 아니면 가게 사장님이 나랏일 하신다고 과감하게 할인해드렸을 가능성도 있다.

부의장님은 이틀 후에 여의도 소재 고급 한정식 집에도 가셨다. 이곳에서는 7명이 식사를 하셨는데 총 13만5000원을 지출하셨다.

그런데 이 식당도 저녁메뉴 중 가장 저렴한 것이 1인당 6만원부터 시작한다. 대략 두 분 정도만 식사 하시고 나머지 다섯 분은 물만 마셨던지 아니면 5명은 모두 복통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7분의 의원님들이 이곳에서 국·공립어린이집 보육정책을 논의하셨다.

서울시 의회 A 위원장님은 공무상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신다. A 위원장님은 지난 3월27일 경상남도 통영의 유람선터미널(유람선터미널은 장사도 관광객들이 탑승하는 곳이다)의 건어물 집(수산물 판매로 허가되어 있음)에서 ‘환경수자원 위원장 의정활동 관련 간담회 비용’으로 77만 원을 지불하셨다.

간담회를 하셨다면 음료와 다과가 있어야 했을 텐데, 간담회 장소가 수산물 판매업소였던 만큼 참석하신 16명의 의원님들이 엄청난 고생을 하셨을 것으로 추측된다.

참고로 A위원장님은 ‘워커홀릭’으로 보인다. 심지어 3월4일 밤 23시54분22초에는 ‘대한 닭발 1979’에서 ‘환경수자원 위원장 의정활동 관련 간담회’를 세분과 함께 하셨다. 아마도 기록을 더 찾아봐야 알겠지만, 의정 활동 간담회를 밤 11시 55분경에 하는 분은 처음 뵙는 것 같다. 야심한 밤까지 공무로 바쁘신 위원장님의 건강이 심히 염려스럽다.

또 다른 위원장은 총 24번의 업무 추진비를 집행하셨는데 50%가 넘는 14회를 자신의 지역구 또는 자택 인근에서 사용하셨다. 이 위원장님도 대단한 워커홀릭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소속 또다른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내역. 주료 밤9시 이후인 심야시간대에 결재된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서울시의회

이 분은 지난달 6일 밤 9시 넘어서 ‘대게나라’를 방문한 후, 그 자리에서 ‘상임위원회 업무보고 및 안건 심의 논의 의원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보고했다. 이틀 후에도 밤 9시에 자신의 지역 내 ‘참한 참복’을 방문하셔서 ‘의정활동에 노고가 많은 의원 및 관계자 격려 간담회’를 하셨다.

이뿐 아니다. 나흘 후에는 역시 인근 지역 ‘꽃가람’에서 9시가 넘은 시간까지 간담회를 진행했고, 지난달 19일에는 또 비슷한 지역구내 ‘우리 집’에서 밤 8시가 넘어 ‘285회 임시회 안건 처리 결과 논의 간담회’를 진행하셨다.

이어 3월 27일에도 ‘엉터리 생고기’집에서 무려 10시 30분경까지 ‘의정홍보 및 모니터링 분석 논의 간담회’를 하시고 20만6000원을 집행하셨다.

세금은 이렇게 낭비되고 있다

서울시 의회는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예산을 집행한다. 이 예산들 중 일부는 대형 언론사에 1년에 10억이 넘는 홍보 및 광고비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대형 통신사들에게는 연간 2억원 가까운 비용 지불하고 있으며,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의원 숫자의 4배가 가까운 440부의 신문구독을 구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냥 애교라고 보자. 해외자매도시 교류에 7억5000만원, 시의원 체육대회비 3500만원, 의정 운영 공통경비도 10억이 넘는다.

물론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3억9000만원은 별도로 편성돼 있으니, 업무상 운영비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세금을 이렇게 쓰고 계신데도 서울시 의회에서는 국가 사무와 재정권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해맑은 주장을 하시는지 그 동기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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