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선장으로 창업해 재계 45위 일군 정도경영 귀감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16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사를 통해 회장직에서 퇴임한다고 밝혔다. 사진=동원그룹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퇴임을 택했다.

김 회장은 최연소 선장 타이틀을 따내며 창업을 통해 재계 45위 그룹으로 키워낸 창업주이자 재계에서 정도경영을 걸어온 CEO로 평가 받는다.

동원그룹 임직원들의 아쉬움도 크다. 갑작스런 회장 퇴임 발표에 놀랐고 아쉬워했다.

동원그룹은 16일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창업주 김재철 회장은 이날 창립 기념사를 통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오늘 우리는 동원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며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땀 흘리며 힘을 모은 결과 동원은 1,2,3차 산업을 모두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두가 전ㆍ현직 동원 가족 여러분들의 땀 흘린 결과라 생각하기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며 공을 전ㆍ현직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또 “오랫동안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오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린다”며 퇴임을 맞아 재차 임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재철 회장은 1969년 8월 동원 최초의 어선인 제31동원호 출어식에 참석했다. 사진=동원그룹

그 뒤를 이어서는 퇴임사 겸 당부의 말로 대신했다. 김 회장은 “동원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오늘의 vision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다”며 “정도(正道)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란 것을 늘 유념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더욱 힘차고 신속하게 그리고 정도로,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주시길 바란다”며 기념사 겸 퇴임사를 대신했다.

임직원들은 갑작스런 김 회장의 퇴임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동원그룹 한 직원은 “김 회장의 퇴임 소식에 놀랐고, 서운하지만 기념사 당부의 말은 새기겠다”고 말했다.

뒤로 물러나는 김 회장은 선장으로 시작해 창립 50주년 만에 재계 45위 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동원그룹은 총 자산 규모는 7982억 원에 주력 계열사 동원산업을 비롯해 총 22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이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유일한 실습항해사로 최연소 선장이 됐고, 원양어업으로 시작해 지금의 동원그룹으로 성장시킨 창업주다. 그를 포함 3명이 원양어업으로 시작한 회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창업 후 50년간 기업경영에만 몰두했고, 정도경영의 길만을 걸어온 인사로 평가된다. 그가 창업 때 직접 만든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사시를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정도경영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김 회장은 창립 후 첫 적자를 냈던 해에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일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고, 경영에만 전념했다. 또 1998년 IMF외환위기 때에도 채용을 지속했다.

정도경영의 대표적인 예는 1991년 증여세 최대금액 자진납부를 꼽는다. 김 회장은 1991년 장남 김남구 부회장(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 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했다.

이 당시 국세청은 ‘세무조사로 추징하지 않고 자진 신고한 증여세로는 김재철의 62억 원이 사상 처음’이라고 언론에 밝혀 주요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사안은 재계 상속에 있어몇 안 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불리만한 귀감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동원그룹

김 회장의 원칙ㆍ정도경영은 자녀교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남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 대학을 마치자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약 6개월 정도 태웠고,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입사한 뒤 창원 참치캔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청량리지역 영업사원 등 가장 바쁜 현장부터 경험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김 회장의 두 아들은 모두 현장을 두루 경험한 후 11년이 넘어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가 이렇게 한 것은 경영자가 현장을 모르면 안 되며, 경험을 해봐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마음과 말을 이해할 수 있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자녀교육이 본받을만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인재육성에도 모범을 보였다. 김 회장은 원양어선 선장이던 시절부터 고향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창업 후 10년 뒤인 1979년엔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이 당시엔 대기업도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곳이 드물었다.

동원육영재단이 40년 간 장학금과 연구비, 교육발전기금 등 인재육성에 힘쓴 후원 금액은 약 420억원 가량이다. 현재는 인재육성과 함께 어린이들에 그림책을 나눠주는 ‘동원 책꾸러기’와 대학생 대상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라이프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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