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한의학 박사

꽃가루가 날리는 봄에 극성인 게 비염(鼻炎)이다. 대기 오염, 미세먼지, 꽃가루 등에 의해 증가하고 있는 비염은 코 안에 생긴 염증이다. 비점막에 충혈이나 종창이 있는 비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은 대기의 온도나 습도가 급변할 때 비점막이 세균에 의해 감염돼 많이 발생한다. 입으로 호흡하는 어린이,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 코가 휜 비중격만곡증 등이 있는 사람이 취약하다. 급성비염이 반복되면 만성비염으로 변해 중이염, 후비루, 부비동염, 인후두염, 기관지염 유발 우려도 있다.

비염 증세는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콧소리, 후각 약화 등이다. 유사증세인 감기는 콧물, 재채기, 코막힘과 함께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보인다. 비염 증상이 코에 집중된 반면 감기는 코 외에도 전신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단순한 코감기가 보름 이상 지속되면 비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코 안 염증의 또 다른 질환인 부비동염(축농증)도 코막힘, 콧물, 재채기 증상이 있다. 발열, 피로감, 집중력 저하, 후비루도 나타나다. 치통, 안면통도 동반된다. 축농증은 부비동에 화농성 액체가 쌓인 것이다. 축농증 원인 중 하나는 만성화된 감기나 지속성 알레르기 비염이다.

비염과 축농증, 감기는 인후두염의 원인도 된다. 비염이나 축농증은 콧물과 염증으로 인해 코막힘 상태가 지속된다. 이로 인해 코가 아닌 입으로 숨을 쉬게 돼 인후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나이대로 보면 어린이 비염은 천식이나 아토피, 어른 비염은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세 유발 위험이 있다.

이처럼 비염은 자칫 코와 목 관련 질환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이는 비염이 심한 통증 없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탓도 있다. 비염과 연관 질환은 구취의 원인이다. 비염, 축농증, 인후두염 등이 악화되면 입냄새가 날 수 있다. 따라서 비염의 예방과 치료는 다양한 질환 예방 의미도 있다.

코의 점막을 자극하는 미세먼지가 급증하는 봄철에는 비염 예방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의 적절한 온도와 습도 유지, 흡연과 음주 삼가, 꽃가루나 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 등이다. 또 고른 섭생과 운동 등으로 면역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서양의학에서는 비염 치료로 스테로이드제 투여, 면역 요법, 비갑개 절제술, 레이저 활용 등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비염 원인을 몸의 면역력과 연관지어 본다. 미세먼지 등의 비정상 자극에 가장 민감한 게 인체 장부가 폐(肺)다. 폐는 탁한 기(氣)를 내보내고 깨끗한 기(氣)를 흡수하는 기관이다. 숨을 통해 외부와 만나는 폐의 기능이 떨어지면 전반적인 인체 기능이 약화된다. 면역력이 낮아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또 신(腎)의 기(氣)가 왕성해야 몸이 튼튼하다.

비염은 외부 환경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폐신(肺腎) 기능이 떨어진 결과다. 따라서 폐신의 기능을 강화하는 처방을 하면 비염과 관련 질환의 원인이 제거된다. 폐의 기능이 떨어질 때는 익기정천(益氣定喘), 신(腎)이 허(虛)한 상태라면 보신양(補腎陽)이나 보신음(補腎陰)이 도움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치료는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르게 접근한다. 이뇨, 배농, 부종완화, 항염, 소염, 기혈순환 촉진, 비강기능 정상화, 코 점막 강화 처방이 가감된다. 정확한 진단과 개인별 맞춤처방이 될 때 재발 없는 근본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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