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만 1조3200억원대...계열사 및 보유 지분, 보유노선 매각 가능성 높아

재무위기 상황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이 자구안 마련에 들아갔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자산 판다고 빚을 갚을 수 있을까?

재무위기 상황에 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계열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금융권의 의심이 높아가고 있다. 신용정보업체들의 아직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하향검토리스트에 올려놓으면서 향후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어서다. KDB산업은행 역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 시한을 1개월 더 연장해주면서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아직까지 별다른 자구안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이 감사보고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퇴진까지 했지만, 정작 재무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투자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을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은 3조4400억원대에 달한다. 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인 7583억원과 비교하면 차입금 규모가 시총의 5배에 달한다.

이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총 차입금의 1/3 정도인 1조3200억원대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차입금은 14% 정도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이 금융리스 부채(41%)와 자산담보부증권(ABS, 36%)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산매각에 나설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보유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후 금융권의 지원을 다시 받아 큰 고비를 넘긴 후 시간을 두고 부채를 해결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산은 어느 정도일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보유 가능 자산으로 아시아나IDT, 금호연건(중국)유한공사,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개발, 금호리조트, 에어서울, 에어부산, 웨이하이포인트호텔&골프리조트, 게이트고메코리아 등이 갖고 있다.

이중 유력한 매각 후보로는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꼽히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호아시나아그룹이 이미 일부 계열사의 매각을 염두에 두고 기업가치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노선을 매각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87개(국제선 76개, 국내서 11개)에 달하는 노선을 보유 중인데, 이중 수익성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드는 노선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사재출연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보유 주식 전부를 담보로 제공해 채권단의 도움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박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재출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그러나 박 회장이 제공할 수 있는 사재출연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이미 보유 중인 자산 대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인 사재출연을 통해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위기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현실적인 대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계열사 매각에 나서도 단기차입금 상환일자가 촉박해 제 값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채권단과 금융권이 인정할만한 대대적인 자구안 마련을 시한 내에 내놓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통째로 매각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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