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택시기사들 ‘술판’…일그러진 투쟁

 

▲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사수 결의대회’가 열린 모습.ⓒ뉴시스


[민주신문=장민서 기자]지난 6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 소속 택시회사의 기사들이 ‘택시 생존권사수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택시기사들은 택시 대중교통 인정, 최고 가격제 이행, 공급과잉 택시 해소 방안 마련, 연료 다양화와 요금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택시기사들은 생존권 사수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하는 행동을 보여 문제가 되고 있다.

무더위에도 해결 방안 촉구 위해 운전대 놓고 서울광장 모인 택시기사들
‘고성’·‘통행 방해’는 물론 삼삼오오 짝지어 ‘술판’ 벌이는 무개념 모습 

지하철역 안으로 유입된 일부 택시기사들로 인해 오히려 시민들이 통행하기 위해 빈자리를 찾아 다녔어야 했으며 공공장소로 규정된 지하철역 내에서 소란은 물론 고성을 질러댔다. 한쪽 구석에서는 8~9명의 택시기사들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생존권을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비장함은 온데간데 없고 웃음소리와 함께 즐거움이 가득했다.

안전벨트 대신 요구사안 띠 두르고…

지난 6월 20일 30도를 넘어서는 때 이른 무더위 속에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택시 생존권사수 결의대회’가 열린 가운데 파업에 참가한 택시기사들로 인해 열기가 더해졌다. 이날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 등 4개 단체 소속 전국 250여개 택시회사의 택시기사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 파업에 돌입했으며 개인택시 기사의 상당수도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기로 한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즉시 실시하고 ▶LPG 공급사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규탄과 최고 가격제 이행 ▶현재 공급과잉 된 택시의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택시 연료를 다양하게 하되 요금을 현실에 맞게 책정할 것을 주장했다.이날 행사는 오후 1시부터 진행됐다. 개그맨 노정렬씨의 사회로 사전집회 공연을 시작으로 열린 결의대회에서 택시기사들은 풍물패 길놀이, 집회 영상 상영에 이어 ‘LPG 가격 안정화’, ‘택시 생존권 사수’ 등 구호를 외쳤으며 오후 2시부터 열린 본집회에서는 유병우 개인연합회장, 박복규 법인연합회장, 문진국 전택위원장, 구수영 민택 위원장이 집회 개최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이석현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여러 조합에서 사용한 LPG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연비를 비교해 봤을 때 휘발유보다도 가격 대비 비싼편이 되기 때문에 사기 힘들다”며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우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해 지난 4년간 LPG 값이 50%가 상승했다”며 “MB 정부를 규탄하고 고유가정책을 쓴 정부 관계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김문수 지사는 이날 택시기사 복장을 하고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이날 택시 운행률이 평소의 1/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체 25만 5,581대 중 정상적으로 운행한 택시(오후 2시 기준)는 약 3만 4,85 8대였으며 집회가 끝난 후 일부 택시들이 운행에 나서면서 오후 6시에는 14.2%를 보였다. 서울은 7만 2,828대 중 11%에 해당하는 8,000대가 운행에 나섰다. 이에 따라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택시 대신 버스나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이로 인해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면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도로에 택시가 없어 출근길이 막히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 지난 6월 20일 오후 시청역 내에서 파업에 참가한 택시기사들이 음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불평 늘어놓은 시민들, 왜?

열린 결의대회로 인해 서울광장 일대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결의대회가 시작하기 약 1시간 전부터 택시기사들을 태운 버스들이 시청광장 주위에 나타나자 인근 도로가 혼잡이 빚어졌다. 또 시청역의 일부 출구는 결의대회에 참가한 택시기사들로 인해 이용조차 할 수 없었다. 아울러 지하철 이용에 서툰 택시기사들 때문에 개찰구 안팎이 붐벼 일반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광장과 마주하고 있는 프라자 호텔의 영업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호텔의 정문 쪽 회전문은 출입을 금지하는 띠가 둘러져 있었으며 측면의 문을 지키고 있던 호텔직원이 드나드는 고객의 문을 열어줬다. 하지만 일부 택시기사들이 호텔 내로 유입해 로비의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지하철역 내 상황에도 마찬가지였다. 무더위로 인해 햇빛을 피해 역 안으로 들어온 일부 택시기사들은 계단과 벽쪽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인원이 역 안으로 유입돼 오히려 시민들이 통행하기 위한 빈자리를 찾아 다녔어야 했으며 몇몇 택시기사들은 공공장소로 규정된 지하철역 내에서 소란은 물론 고성을 질러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쪽 구석에서는 6~7명의 택시기사들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생존권을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비장함은 온데간데 없고 웃음소리와 함께 즐거움이 가득했다. 지하철역 내에서 대낮에 음주를 하는 택시기사들은 이들뿐만 아니라 불과 5m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아울러 다른 택시기사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있던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한 택시기사는 지나가던 20대 중반의 여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 택시기사는 여성이 지나가자 일어서서 여성이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감상해 주변의 일반 시민들이 인지할 정도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큰 문제는 파업의 참여하는 택시기사들의 사정이 편차를 보이는 점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일반 택시기사들은 “12시간 동안 중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며 회사에서 받아가는 금액은 100만원에 불과”하며 “주 40시간 근무는 물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신문>과의 대화에서 개인택시를 운행중인 한 60대 택시기사는 “가스비와 식비를 제외한 한달 순이익이 220만원”이라고 고백했다. 과연 순수하게 생존권 사수를 외치는 택시기사들에게 묻어가려는 배부른 택시기사들이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고 있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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