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재판관 구성원 변화가 변수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헌법재판소가 7년 만에 낙태죄 위헌 여부를 놓고, 또 다시 결론을 내린다. 핵심 쟁점은 2012년 첫 합헌 결정 때와 비슷하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제한적 낙태 허용이다.

이번 낙태죄 위헌 결정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와 헌재 재판관 구성 변동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헌재가 오는 11일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선고한다. 2012년 8월 첫 합헌 결정 후 7년만이다. 이 당시 헌재는 재판관 위헌 4 대 합헌 4 의견으로 낙태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위헌 결정은 헌재 재판관 2/3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합헌 요지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위헌 쪽 재판관 의견은 여성 또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낙태죄 위헌 여부가 재 점화된 것은 2017년 2월 한 산부인과 의사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다. 소원 요지는 낙태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낙태죄 위헌 선고에서 변수는 두 가지가 꼽힌다. 두 가지는 공식적인 낙태죄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와 헌재 재판관 구성원 변화다.

우선 낙태죄에 대한 공식적인 여론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용역으로 발주해 발표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다.

올해 2월 발표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1만명 중 756명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체의 7.6%다. 이 조사 결과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만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통계다.

인공임신중절 비율은 성경험 여성과 임신 경험 여성을 놓고 보면 높아진다. 전체 조사 대상 중 성경험 여성은 7320명으로 놓고 보면 인공임신중절 경험은 10.3%이고, 임신경험 여성 3792명 중에서는 19.9% 수준이다. 임신을 경험한 여성 10명 중 2명꼴로 낙태를 하는 것이다.

원치 않은 임신 이유로는 질외사정법 등 불완전한 피임 방법과 피임을 하지 않은 경우가 임신 경험 여성 중에서는 10명 중 9명 비율로 나타났다. 임신 경험 여성 파트너는 미혼이거나 사실혼, 동거 상태인 경우가 다수였다.

임신중절을 선택한 이유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가 가장 많이 꼽혔고, 그 다음으로는 고용불안정 등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 자녀를 원치 않아서 순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응답한 여성 75.4%가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 만큼 낙태죄 처벌 조항이 여성 입장에서 봤을 때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부분이다.

헌법재판관 구성원 변화도 낙태죄 위헌 여부의 중요 변수 중 하나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헌재를 구성하는 헌법재판관 9명 중 절반 이상인 5명이 퇴임했다. 또 2012년 당시 헌법재판관은 한명도 없다.

헌재재판관 9명은 2013년 이후 새로 임명됐고, 지난해 합류한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낙태 허용 범위 확대 견해를 내놓은 만큼 낙태죄 위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낙태죄 위헌 선고에 따른 부담으로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위헌을 선고하면 법적 공백이 생기므로 사회적 혼란 가중 방지를 위해 시한을 둘 수 있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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