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구청 중 19곳에서 기간제 직원 채용...예산만 16억원, 세금낭비vs워라밸 갈등 증폭

서울시 산하 25개 구청 중 구로구청을 포함한 19곳이 야간 숙직만 전담하는 숙직직원을 채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구로구청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야간 숙직만 담당하는 기간제 공무원?"

서울시 산하 구청들이 야간 숙직을 전담하는 직원들 채용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공무원들의 업무였던 숙직을 굳이 비용을 추가해 기간제 공무원까지 고용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야간 숙직을 전담하는 기간제 공무원을 채용한 곳은 구로구청이 대표적이다. 구로구청은 이미 숙직만 전담하는 기간제 직원을 4명 채용한 상태다. '시간선택제·임기제마급'으로 분류되는 이 직급은, 정식 공무원은 아니지만, 1년 단위로 최대 5년까지 근무할 수 있으며, 월 170만원을 급여로 받게 된다.

숙직전담 직원을 채용한 구로구청은 "숙직 이후 대체휴가로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민원인들의 불만이 높아져 전담 직원을 뽑았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내 25곳의 구청 중 19곳이 구로구청처럼 숙직전담 직원을 채용하거나 채용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숙직 전담 직원 채용을 위한 편성한 예산만 무려 16억원에 달한다.

숙직 전담 직원을 채용한 구청들은 소속 공무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채용을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고 위한 차원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여성 공무원 비율의 증가를 숙직 전담 직원 채용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야간 근무를 서야 하는 숙직 업무의 특성상 남성 공무원들에게 주로 숙직업무가 주로 배정되다보니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해결책으로 전담직원이 등장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시내 25곳 구청 중 17곳이 야간숙직은 남성 공무원들에게만 배정하고 있다. 여성공무원들은 대신 야간숙직이 아닌 공휴일에 숙직을 서는 '일직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구청들의 이 같은 결정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신들이 마땅히 맡아야 할 업무를 전담직원 채용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세금낭비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업무에 책임감을 가져야할 공무를 수행함에도 숙직전담 직원들의 처지가 공무원이 아니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숙직업무는 당초 공무원들의 업무에 포함된 것이므로, 전담 직원들을 채용할 경우 임금삭감등의 후속조치가 있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월급은 그대로 받고 일은 일대로 줄이면서 세금을 들여 자신의 업무를 줄이는 것은 책임있는 공무원의 자세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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