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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는 부채?...금감원 의견에 재계·금융권 '패닉'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신종자본증권=부채' 의견 제출...30조원대 영구채 발행한 기업들, 부채비율 급증 위기
  • 서종열 기자
  • 승인 2019.03.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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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영구채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구채를 이미 발행한 기업들과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지금까지 이런 채권은 없었다! 이것은 부채인가? 자본인가?

영구채의 성격을 놓고 재계와 금융권이 패닉에 빠졌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신종자본증권(이하 영구채)는 자본이 아닌 부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들이 발칵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영구채는 부채로 분류되는 채권이지만, 현재 회계기준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상당수 기업들이 자본금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을 줄이는 요술봉으로 사용해왔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영구채 규모(지난해 3분기 기준)는 30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구채의 성격이 부채로 바뀌게 되면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채권임에도, 자본으로 분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IASB에 '영구채의 성격을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ASB는 1973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민간단체이지만, 유럽연합(EU)를 비롯한 캐나다, 미국, 멕시코, 호주 등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가입해 있다. 이 단체는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고 있는데, 현재 금융상품 표시 회계기준 개정 작업을 위해 회원국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영구채에 대한 토론서를 통해 기업을 청상할 때 금융상품을 발행자가 갚아야 할 경우, 성과와 주가와 관계없이 보유자에게 특정 금액의 수익을 약속해야 할 경우 '금융부채'라고 명시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영구채는 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영구채는 어떤 금융상품일까. 영구채(Perpetual bond)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액의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신종 하이브리드채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30년 만기로 정하고 있지만, 만기연장도 가능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센츄리 본드'로 불리는 100년 만기 영구채도 있다.

만기가 없다보니 채권임에도 자본으로 인식된다. 채권은 통상 부채로 재무제표에 표기되지만, 영구채는 만기가 없기 때문에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살표보면 자본란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을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이자율이 높다. 고율의 이자와 스텝-업(step-up) 조항이 영구채의 매력이다. 예를 들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2년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연 3.328%의 금리를 약속했다. 여기에 5년 내에 원금상환이 안될 경우 연 5%를 더해 8.3%로 이자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다시 2년 뒤인 발행 후 7년부터는 2%p의 이자가 추가된다. 원금상환이 안될 경우 7년 이후부터는 10.3%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만기가 없는 대신 일정 기간 이후부터는 엄청나게 높은 고율의 이자를 감당해야 되는 셈이다.

부채로 분류되면 기업들 위기 높아져

국내에서는 통상 금융권에서만 영구채를 발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기업들도 영구채 발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에서 발행된 영구채 규모는 30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구채가 부채로 분류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들은 곧바로 자본에 반영된 영구채 발행금액을 빼고, 부채에 이를 더해야 한다. 자본금이 줄어들고 동시에 부채는 늘어나게 되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한국기업평가는 영구채 발행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평균 51.9%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업계 등 금융권의 충격은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의 도입을 앞두고 상당수의 보험사들이 영구채를 이미 발행했기 때문이다. IFRS17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반영하게 되는데, 영구채를 부채로 인식하게 되면 보험사들은 부채비율 상승은 물론, 자본금 감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결정은 재계와 금융권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서 발행된 영구채의 경우 일정시간 이후부터는 발행자나 투자자가 콜옵션·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금감원의 시그널이 조기 상황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기업들과 금융사들은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발행조건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의 분류가 달라질 수 있지만, 부채로 분류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과 금융권은 자금조달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투자자들은 영구채 발행기업에 대한 사전조사 이후 투자에 나서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기자  sniker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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