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부진에 外인투자자도 머뭇, 결국 수요예측 무산돼...자금회수 기대했던 MBK 계획 차질, 분할 후 재상장 가능성도

14일 홈플러스가 추진해왔던 1조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리츠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홈플러스가 꿈꾸던 1조원대 규모의 꿈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 14일 홈플러스 리츠는 "수요예측 시행 결과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을 고려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며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추진해왔던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 계획이 결국 무산된 것이다.

홈플러스 리츠는 전국에 있는 홈플러스 매장 중 51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부동산투자회사다. 당초 계획은 13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18~20일 청약을 거쳐 29일 상장할 계획이었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리츠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금액이 기대치를 밑돌자 상황이 달라졌다. 고심하던 홈플러스와 MBK는 결국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1.7조원대의 장밋빛미래가 깨진 셈이다.

수요예측서 공모금액 절반에 그쳐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 리츠는 당초 공모 희망가로 4530~5000원을 기준으로 최소 1조5650억에서 최대 1조727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 리츠가 부동산리츠 규모로는 최대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수요예측에 나선 결과는 참담했다.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 리츠의 수요예측에 들어온 공모금액이 7억달러, 약 8000억원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홈플러스 리츠가 기대했던 수요예측 규모와 비교하면 절반에 못미치는 규모였던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철회 결정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을 꼽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비슷한 분석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진행된 조단위 규모의 리츠라는 점이 해외투자자들에게는 불확실하게 여겨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글로벌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며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요 배경"이라고 전했다.

실제 홈플러스 리츠 상장을 추진한 MBK는 외국인투자자들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홈플러스 리츠가 선정한 6곳의 상장주관사 중 4곳(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골드만삭스·다이와증권·노무라금융투자)이 외국계투자은행이었을 정도였다. 이들 외국계투자은행이 배정받은 홈플러스 리츠 인수규모는 전체 공모규모의 84%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금융권은 그러나 홈플러스 리츠의 투자권유를 받았던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MBK의 꿈이 흔들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싱가포르를 비롯한 다른 해외지역의 기관투자자들도 보수적으로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체 물량 중 국내에서 소화할 16%를 맡았던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공모자금을 대부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이 부진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마트 매출액이 줄고, 온라인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투자의 걸림돌로 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2016년 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후 이듬해에는 30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2384억원으로 이익폭이 줄어든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리츠라는 상품이 낯선데다 투자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재상장에 나선다면 공모가를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시트 계획 어긋난 MBK, 재상장 나설까

홈플러스 리츠의 상장 계획이 철회되면서 MBK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MBK는 지난 2015년 9월 홈플러스 인수에 7조2000억원을 배팅했는데, 이 과정에서 2조3000억원대의 차입금을 빌려왔다. MBK는 이번 홈플러스 리츠를 상장해 유입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 리츠 상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MBK의 엑시트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오히려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급한 쪽은 MBK가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리츠 상장 철회로 인해 차입금 상환계획이 뒤틀린 MBK는 아마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있을 것"이라며 "차입형매수(LBO) 방식을 통해 상당수 기업들을 인수해온 MBK의 재무현황에 비상등이 커진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MBK의 재무상황은 여전히 좋은 상태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운용자산만 150억달러(16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2016년에는 41억달러 규모의 4호 펀드도 조성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을 신한금융그룹에 매각하면서 차익만 4조원대 이상을 본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MBK가 보유한 현금으로 급한 불을 끈 후 홈플러스 리츠 재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시장 상황을 보고 리츠 상장에 다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의 자산을 다시 조개서 재상장을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규모가 큰 만큼 순차적인 분할 상장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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