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현대차·SK·포스코·한화·신세계 등 6대그룹 조사...한진·LG·롯데·부영·효성 등 10여 기업들은 재판 중

검찰이 최근 삼성·현대차·SK·포스코·한화·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검찰의 칼날이 재계를 향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이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서울지검의 수사대상인 기업만 무려 12곳에 달한다. 지난 12일 조세범죄수사부로 사건배당을 한 한국타이어그룹을 비롯해 삼성그룹, 현대차, SK그룹 등이 모두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대기업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벌써부터 대형 로펌을 수소문하며 대응에 나서는 곳이 상당수다. 특히 오는 7월 윤석열 서울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어 이전에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최고인 상태다.

검찰, 대기업 대상 수삭 착수 

15일 검찰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대기업들은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 SK, 포스코, 한화, 신세계 등 6개 그룹에 달한다. 이밖에도 KT그룹과 애경그룹, 넥슨, 카카오, 신한금융 역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법조계는 이중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기업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해당 사건을 맡고 있는 특수2부는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그리고 회계법인들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후 분석작업에 몰두해왔다. 이를 위해 검사 인원도 18명으로 늘렸다. 최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합병·에버랜드공시지가 논란 등 삼성그룹과 관련된 사건들도 재배당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검찰은 위장계열사 논란이 제기된 삼우 관련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으며, 이건희 회장이 연루된 자택공사비 대납 사건은 조세조사부에 배당했다.

현대차그룹은 '세타2엔진'과 에어백 등 부품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 지난 2월20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사건을 맡은 형사5부는 현대차그룹 본사 품질관리부서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리콜 경위 등 사건을 수사 중이다.

SK그룹과 애경그룹, 신세계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사건을 맡은 형사2부는 SK케미칼 압수수색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유행성을 담은 서울대 이영순 박사팀의 보고서를 확보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애경산업 고 모 전 대표와 양 모 전 전무를 구속했으며, SK디스커버리 임직원 4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대기업 수사대상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고소로 시작된 포스코 수사는 전임 경영진들의 해외기업 인수·매각 비리와 관련돼 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의뢰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 관련 내용도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향후 큰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KT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임직원 명의로 상품권깡을 한 후 정치권에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재계에서는 황창규 회장의 대한 검찰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정치권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타이어그룹, 한화테크윈, 넥슨의 조세포탈 사건에 신한금융그룹의 남산3억원 사건까지 줄줄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미 알려진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 외에도 국세청과 공정위가 고발한 사건들도 대기중인 상황"이라며 "재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재판 중인 기업사건도 10여건 달해

재계를 옥죄고 있는 곳은 검찰 뿐이 아니다. 법원 역시 기업 관련 사건들에 대해 심리에 나선 상태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이 잇달아 진행 되고 있어 재계는 물론 법조계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노조와해' 사건과 관련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에는 서울중앙지원에서 6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처음으로 서중조사를 실시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삼성그룹이 작성해온 노사전략 문건을 최초로 공개한 것. 검찰은 이 문건들이 모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에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당 문건의 작성부서는 2005년까지 구조조정본부, 2010년까지는 전략기획실, 이후에는 미래전략실이라고 기재돼 있다.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은 명칭만 다를 뿐, 삼성그룹의 대소사를 관장해온 컨트롤타워로 알려져 있다.

한진그룹과 LG그룹 오리온그룹, 롯데, 부영, 효성그룹은 모두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LG그룹 총수일가들은 횡령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 상고심이 진행중이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횡령혐의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대기업 총수 일가와 관련된 재판들은 모두 법리다툼이 치열해 판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현재 수사 중인 사건들도 잇달아 재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는 재계의 수난시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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