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이어 공모펀드도 주주행동주의 나서...배당확대부터 이사선임 등 경영참여 거세

국민연금이 지난 2017년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도입한 후, 자산운용업체들이 주주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정기 주주총회가 집중된 수퍼주총시즌이 본격 시작되면서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 다양한 사모펀들이 배당확대는 물론, 이사 선임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주주제안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가치주에 집중하는 운용사들의 경우 사모펀드는 물론, 공모펀드에서도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상장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당시 장하성펀드로 불렸던 라자드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한솔제지와 대한화섬 등의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한 채 결국 청산됐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국민연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운용 책임원칙)를 전격 도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관투자자들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는 단순한 의결권 행사를 넘어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손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90여곳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것으로 파악했다.

기관 뿐이 아니다. 사모펀드들도 주주행동주의에 나서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VIP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VIP자산운용이 지난 1월 선보인 'VIP트리플A' 펀드는 자산의 절반은 국내주식에, 나머지는 대체자산에 투자하는데, 주식투자분에 대해서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공모펀드들도 주주행동주의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KB자산운용의 'KB주주가치포커스'다 대표적이다. 이 공모펀드는 지난해 3월 결성된 후 컴투스와 골프존, 광주신세계 등에 주주선한을 보내 성과를 낸 바 있다.

이미 실력행사에 나선 곳도 있다. 증권가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다툼에 나선 강성부 대표의 KCGI가 대표적이다. KCGI는 한진칼에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의 안건을 이미 제안한 상태다. 또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하며 표대결에 나선 상태다. 한진칼의 주총은 23일, 대한항공은 27일 주총을 개최한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밸류파트너스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인 현대홈쇼핑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그리고 감사위원에 재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주총은 28일이다.

해외 사모펀드와 마찰을 빚는 곳도 있다. 현대차그룹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엣매니지먼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8조3000억원의 고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곳은 모두 22일에 주총을 개최하는데, 현대차그룹은 엘리엣의 제안 대신 배당확대 및 중장기 발전계획을 공개하며 대립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주주정책을 내놓는 등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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