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년,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진유정 ▲자유문고 ▲1만5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대학입시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는 이 땅의 교육현실에서 고등학교 3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험생을 말할 것도 없고 그 가족들까지 입시의 중압감과 절박감, 긴장도, 치열함을 함께 감내해야 한다. 오죽하면 집안에 수험생이 한 명 있으면 온 가족이 수험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과정을 온전히 견뎌내야 하는 고교 3년의 시간은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더욱 힘든 시기다. 어느 때보다 가족과 주위의 따뜻한 격려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 책은 경북 안동에 위치한 풍산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엄마가 보낸 3년 동안의 편지를 모아 엮은 것으로, 엄마의 애틋하고 간절한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딸의 엄마인 저자는 멀리 지방의 학교 기숙사에서 고3년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는 딸에게, 옆에서 무엇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미안하고 애틋하기만 하다. 엄마는 불안하고 우울해졌다. 그리고 이 상태를 극복하게 해준 것이 이메일이었다.

엄마는 딸에게 꾸준히 편지를 썼다.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수험생에 대한 격려와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때론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담겼다.

엄마의 일상은 물론이고 다른 가족(아빠와 동생)들의 근황을 전하기도 하고, 엄마의 고민과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메일을 통해 소통했다.

비록 저자가 보낸 편지만을 엮었지만, 편지만 보아도 딸의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훤히 그려진다. 매 학년, 매 계절, 매 월, 그 시기의 고등학생이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입학 때부터 차곡차곡 쌓인 메일은 엄마와 딸과 가족의 역사와 추억이 됐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그녀들은 가족으로서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그것이 딸과 엄마 모두 힘든 시간을 넘길 수 있는 힘이 됐다.

딸은 3년의 시간을 잘 견뎌내고 대학에 입학했으며, 엄마는 편지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은 딸뿐만 아니라 엄마도 함께 성장시켰다.

기숙사에 들어가는 딸을 떼어놓으며 걱정스럽고 불안하고 미안하고 애틋하기만 하던 엄마는 어느덧 모든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엄마는 딸에게 3년의 시간이 단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준비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물론 학생으로서 공부도 집중해야 하겠지만 ‘지금의 시간과 상황을 즐기고 행복하라’는 것, 이것이 엄마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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