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우리사주조합들, 과점주주로 목표로 지분늘리기 나서...지분 확보 통해 노조 목소리 강화, 경영참여도 나설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사의 우리사주조합들이 잇따라 자사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요주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우리사주조합의 진화?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우리사주조합들이 지분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노조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자사의 지분을 늘리면서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노동자 경영참여 확대 움직임 등 금융권 지배구조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 주요주주로 올라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지주·신한금융·우리금융 등의 우리사주조합들이 자사의 지분 확보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국민연금과 JP모건에 이어 3대주주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KB국민은행의 임단협과정에서 보로금 100% 상당이 우리사주조합이 무상출연됐다. 650억원대의 재원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조합원들의 대출금도 포함시켜 KB금융지주 지분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류제강 조합장은 지난 6일 조합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1인당 2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대출 등으로 조달하고, 이를 우리사주로 배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최대 4000억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9일 KB금융지주의 종가 4만2105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약 110만주(지분 2.6%)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55%의 지분을 가족 있다.

신한금융 지분 4.64%(2201만주, 지난해 3분기 기준)을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은 이미 국민연금(9.55%), 블랙록(6.13%)에 이은 신한금융의 3대 주주다. 신한은행이 매년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배분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우리사주조합이 수년 내 5%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지주사 체체로 본격 전환한 우리금융 역시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2월 기준 6.39%(4345만주)를 보유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금융의 1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18.32%를 갖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경영에 참여하는 과점주주들이 4~6%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노조의 경영참여, 도화선될까

금융권은 우리사주조합들의 향후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분매입을 통해 주요주주로 변신한 우리사주조합들이 결국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KB금융의 경우 노동조합이 우리사주를 근거로 3년 연속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등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이미 2대주주로 올라서 있는 우리금융그룹의 우리사주조합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1월 지분보유 목적으로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이미 변경했다. 지주사를 출범시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지 사외이사 추천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초 우리사주조합은 경영의 과실을 노사가 고융하고, 기업가치의 향상과 노사간의 협력을 위해 설립됐다"면서 "이런 우리사주조합이 최근 주요주주로 변신할 경우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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