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후디스-일동제약 23년만에 계열분리...지주사 전환 후 유예기간 종료 앞두고 전격 결별

한지붕 두가족처럼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던 일동제약(윤원영 회장. 왼쪽)과 일동후디스(이금기 회장. 오른쪽)가 지난 2월말 보유 지분을 주고 받으며 계열분리했다. 이에 따라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그룹에서 계열분리해 독자경영에 나선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이금기 회장이 경영해온 일동후디스가 일동그룹에서 독립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지난 2월27일 보유하던 일동후디스 주식 35만1000주를 126억원에 이금기 회장에게 매도했다. 이에 따라 일동홀딩스의 일동후디스 지분율은 34.64%에서 4.64%로 줄었고, 이 회장의 일동후디스 지분율은 21.46%에서 51.39%로 늘어났다.

동시에 이금기 회장과 일동후디스는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 113만3522주를 227억원을 받고 일동홀딩스에 매각했다. 이로써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지분율은 기존 25.56%에서 30.74%로 늘었다.

재계에서는 일동제약그룹이 경영승계를 위해 23년 동안 함께 했던 일동후디스와의 지분관계를 정리하고 결별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일동홀딩스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지주사 규정을 충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비상장된 지주사는 자회사의 경우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일동홀딩스는 이전까지 이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일동후디스의 지분이 29.9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거래를 통해 일동홀딩스는 이금기 회장과 일동후디스가 보유했던 일동제약 지분을 사들이며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함께 지주사 전환을 완성하게 됐다. 반면 이금기 회장은 일동후디스에 대한 독립경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가 이처럼 복잡한 지분관계를 23년동안이나 유지해왔던 것은 바로 이금기 회장 때문이다. 제약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이 회장은 일동제약 초창기에 합류해 일동제약의 대표상품인 아로나민 개발을 주도하는 등 오늘날의 일동제약을 일궈낸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4년에는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으며, 창업자였던 윤용구 회장이 1993년 별세한 후에는 총수일가가 아님에도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이런 이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곳이 바로 일동후디스다. 일동후디스는 국내 최초 종합이유식인 '아기밀'을 개발했던 남양산업이 전신이다. 일동제약은 1996년 사업다각화를 위해 남양산업을 인수한 후 사명을 일동후디스로 변경했다.

하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 과정에서 일동제약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임원들이 퇴직금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후 창업주의 2세인 윤원영 회장이 경영에 나서면서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를 사실상 독립적으로 경영해왔다.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는 결별 이후에도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일동홀딩스 소유의 '일동'이란 브랜드 역시 같이 사용한다. 일동후디스는 100억원 상당의 일동제약 지분을 추가로 넘기는 대신 상표권을 획득했다.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를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실제 일동후디스는 '트루맘' '산양유아식' 등 분유·유아식 외에 커피믹스 '노블' 요거트, 액상차 등 다양한 식품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식품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독립경영체제를 갖춘 만큼 식품에 집중해 종합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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