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 주총서 반대표 던진 국민연금...총수 재선임 앞둔 대한항공·금호석유화학 등 촉각

국민연금이 지난달 19일 넥센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수 및 총수 일가의 재선임 안건을 올린 대한항공(조양호 회장. 왼쪽), 금호석유화학(박찬구 회장, 가운데), 사조오양(주지홍 상무. 오른쪽) 등 상장사들의 정기주총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안건에 반대합니다."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 1호 상장사인 넥센타이어의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전면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주요주주로 두고 있는 상장사들이 주총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국민연금은 지난달 19일 진행된 넥센타이어 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사 5명의 보수한도액으로 60억원을 배정한다는 안건이었다. 국민연금 측은 "경영성과를 감안할 때 보수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며 반대표를 행사한 배경을 밝혔다. 지분 7.8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안건에 대해 반대했지만, 다른 주주들이 이를 승인하면서 해당 안건은 결국 주총을 통과했다.

재계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국민연금은 주총을 앞두고 보유 지분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들에는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소식이 알려지자 주총을 앞둔 상장사들은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특히 총수의 재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린 상장사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 참석 주주의 2/3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 안건이다.

문제는 조 회장 등 총수일가가 '물컵 갑질' 사태로 오너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 중이다.

29일로 예정된 금호석유화학 주총도 관심거리다. 박찬구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올라와 있어서다. 박 회장은 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확정받았다. 총수의 비위사실이 알려진 만큼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8.45%를 보유 중이다.

이밖에 사조그룹의 계열사인 사조오양의 주총도 눈길을 끈다. 사조오양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 상무는 사조해표와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사조시스템즈 등 계열사 9곳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과도한 겸직이란 해석이 나오고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사조오양의 지분 5.17%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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