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근로환경 개선 79개 조항 잠정 합의…내달 최종 결정
관련업계 대형 게임사 결정에 야근 문화 환기 기대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정문.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국내 대표 게임사 가운데 하나인 넥슨이 이르면 오는 8월부터 포괄임금제를 전면 폐지한다.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넥슨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와 포괄임금제 폐지를 골자로 한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이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N’ 가운데 처음이다.

이번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한 내용은 ▲포괄임금제 폐지 ▲전환배치 제도 개선 ▲유연근무제 개선 ▲복리후생 및 모성보호 확대 등 모두 79개 조항이다.

이에 따라 넥슨노조는 다음달 4일과 5일 양일간에 걸쳐 조합원 찬반 투표가 진행되며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 협약이 체결된다. 협약에 따라 포괄임금제 폐지 등 일반적인 근로조건 관련 사항은 넥슨코리아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사측과 노조의 단체협약에서 관심이 모아진 부분은 바로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란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임금산정방식이다. 즉 주당 40시간을 넘겨 야근을 하더라도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추가 수당이 이미 기본임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고정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포괄임금제를 선호해왔고 이에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돼 왔다.

더구나 게임업계의 경우 종사자들 사이에선 일정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만연했다. 이에 ‘구로의 등대’, ‘판교의 등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과 관련 노조들 사이에선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을 부추긴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지난해부터 게임업계에서도 노조가 설립되는 등 업계 종사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지난해 9월 설립된 넥슨 노조는 설립문을 통해 “포괄임금제 앞에서 야근과 주말 출근은 공짜였다. 회사 매출은 매해 증가했지만 성과에 따른 공정한 분배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이어 설립된 스마일게이트 노조 역시 “무리한 일정과 포괄임금제는 공짜 야근을 하게 만들었다”면서 우선적으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요구했다.

넥슨의 이번 결정에 따라 업계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이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넥슨 자회사인 네오플과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 등 중견 게임사 위주로 포괄임금제 폐지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 1위 게임사가 가지는 무게감이 다르고 넥슨과 함께 ‘3N’으로 불리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도 포괄임금제 폐지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더라도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게임업계 특성 상 야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넥슨의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 온 야근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나아가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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