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 로드맵’ 2차 북미정상회담 관전포인트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1차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 1조에 대한 세부적 내용 도출 전망
문정인 특보 “美는 검증주의자들, 비핵화 문제 진전 있을 듯” 전망

[민주신문=김병건 기자] 이번 2차 북·미 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단어는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가 될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평화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이야기한다. 평화는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로 나눈다. 소극적 평화는 분쟁의 발발을 억제하고 불안정한 평화를 관리하는 것을 의미하고 적극적 평화는 전쟁의 구조적 원인 자체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소위 ‘적극적 평화’를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개적으로 ‘적극적 평화와 번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 재야에서는 소극적 평화도 상관없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측 지도자들은 소위 적극적 평화에 합의한 상태다. 사실 남북 간의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합의 사항들은 잘 이행되고 있다. 가령 지뢰를 제거한 것 같은 경우에는 북한은 4500개 정도의 지뢰를 제거했고 우리도 30개 정도의 지뢰를 제거해서 오솔길을 만들었고 서해 평화구역도 설정됐다. 경계초소인 GP도 11곳이 철거됐다.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신뢰구축은 상당한 진전을 봤다.

2차 북·미 회담에서 무엇을 합의할까? 이런 질문에 대해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는 “1차 싱가포르 회담 합의문에 정답이 나와 있다”라고 단언했다.

문정인 특보는 “1조는 신뢰에 기초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한다. 2조는 항구적 안정적 평화 체제를 만드는데 두 정상이 합의했다. 3조는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했다”면서 하노이 정상 회담에서는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구체적 성과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1조의 구체적 사항들에 대해서 합의할 것이다. 외신들에서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관계라는 것의 최종 목표는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적인 외교 관계, 즉 양국의 수교와 대사관 설치를 말하는 것인데 그 전 단계인 연락 사무소 설치가 이번 하노이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2조의 항구적 안정적 평화 체제는 상호 불가침 조약인데 그 전제 단계는 아마도 종전 선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한 논의도 따라야 하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적 방향을 고려한다면 주한미군의 존재는 북한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이 큰데 주한미군의 철수는 미국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이라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는 크게 진전된 합의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3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CVID다. 미국 아니 폼페이오가 말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한 검증된 비핵화라고 하는데 결국은 같은 표현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비핵화에 대해서 북한에서의 반응은 별로였지만 판문점 선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서 15만명의 평양 군중들 앞에서 핵 위협 없는 터전을 후손에 물려주기로 김정은 위원장하고 합의했다고 했을 때 평양 주민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동의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가장 많이 타결될 것이 바로 비핵화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간에 때로는 촉진자, 때로는 중계자 입장에서 작년 가을부터 북한과 미국 간의 핵 문제로 꼬여 있던 상황을 풀었다”고 전하면서 대표적인 것을 동창리 미사일 기지 폐기에 대해서 미국 및 서방의 검증과 참관을 허용한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의제 협상 중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2일 오전(현지시각) 아침 식사를 위해 숙소인 뒤 파르크 하노이 호텔 식당을 찾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대북정책주도자들은 전부다 검증 원리주의자들이다>

문정인 특보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전부다 검증 원리주의자들이라는 말로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가령 풍계리 3분의 1을 폐기했는데 북한은 이제 풍계리를 사용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그것 조차 검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동창리 미사일 기지 역시 20% 정도 폐기했지만 그것 또한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6·12 조치에 상응하는 행동을 했으니 이제는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먼저 검증 가능하게 핵을 완전히 폐기한다면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이 미국을 속이지 않았느냐라는 생각이고 반면 북한 또한 90년대 미국이 먼저 약속을 파기했었으니 미국을 믿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을 먼저 신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도미사일의 수량, 위치, 성능 이런 것을 우선 신고하고 그것을 검증하자는 주장인데 이에 대해서 북한은 “아직 북한과 미국은 교전 상태다(휴전상태). 즉 적국에 우리의 미사일 보관 장소를 알려준다는 것은 항공기를 이용한 공습의 좌표를 주는 것과 같은 말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북한과 스티브 비건 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우선 영변의 핵시설부터 검증 가능한 영구 폐기를 하자. 그것이 불가역 단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이 될 것이다”며 북한과 미국에 제안했고 북한과 미국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번 하노이에서 비핵화 합의는 영변 핵시설 +α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미국 측의 참관과 검증을 받을 수 있다고 했을 때 백악관은 불과 2시간에 즉시 환영 논평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영변 핵시설은 플루토늄 생산에 필요한 흑연감속로, 연료봉 재처리 시설,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 등이 다 들어서 있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말은 북핵 기반 자체를 폐기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은 로드맵(Road map)>

대다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합의문에 구체적 로드맵이 나온다면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평화체제를 시간이 설정된 로드맵을 만들고 그것을 협의할 북한·미국·중국·한국이 포함된, 아니면 북·미간에 워킹그룹(Working group)이 만들어질 것인데 비핵화, 미국과의 관계 역시 각각 로드맵과 워킹그룹이 만들어지고 그 시간표에 따라 양측이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2일 스티브 비건은 하노이에서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우리의 협상(3가지)들의 최종 목적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했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워킹그룹의 종료 시점에 대해서 까지 협의가 된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결국 최종 목적지는 미국의 불가침 조약, 양국 수교, 국제사회 지원, CVID(완벽한 비핵화), 북한의 문호 개방 등이 이야기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북한이 현재와 미래의 핵무기는 폐기한다고 할지라도 과거의 핵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 흔히 이야기하는 파키스탄 모델로 가려고 할 수도 있고 과거의 핵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게 된다면 주한미군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들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될지도 봐야 할 대목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현지시각) 하노이 베트남-소련 우정노동문화궁전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기자들이 기사작성을 하고 있다. IMC는 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부터 3월1일까지 운영된다. 사진=뉴시스

<스몰딜(small deal)의 가능성>

일부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이 효용가치가 떨어진 낡은 시설인 만큼 폐기에 합의하더라도 결국은 ‘스몰딜’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이 북핵 개발의 심장부인 만큼 폐기에 합의한다면 그 의미는 크다”라고 하면서 스몰딜이라는 것 자체가 2017년 7월 헨리 키신저 박사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처음 발언한 것인데 ICBM 또는 SLBM 정도만 폐기하면 북한의 핵이 미국 본토에 위협하지 못하니 그것만 타결해도 미국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지난 19일 38노스(38North) 대표인 조엘 위트는 국회를 찾아서 “정권이 교체된 이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주기적인 담화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전쟁을 계획했었고,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본인이 바로잡을 것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얘기해 왔습니다”고 하면서 “전임 오바마 대통령 조차 전쟁 시나리오만 가지고 있었을 뿐 아무것도 못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래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도 덧붙였다. 

조엘위트는 하노이회담에 대한 전망을 묻는 본지 질문에 “I think another important outcome of the
summit will have to immediately begin sustained negotiation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to move forward”(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미 간 지속적인 협상을 즉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지속적인 협상의 시작은 다시 말해서 워킹그룹이 시간표에 따라 협의하고 행동 대 행동이 시작됨을 예견한 문정인 특보와 같은 시각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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