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밀리건 ▲휴머니스트 ▲1만6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SNS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강아지나 고양이 사진과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고양이집사, 댕댕이, 냥스타그램, 멍스타그램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콘텐츠 속 동물들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이 눈에 띄고,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준 ‘캣맘’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본성에 반하는 환경을 비판하며 동물원 폐지 운동이나 돌고래 자연 방류 운동을 벌이고, 살아 있는 산낙지를 먹는 것에 반대하는 등 반려동물만이 아닌 동물 일반에 대한 윤리 의식도 높아졌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동물 윤리에 대한 관심이 큰 지금도 식용으로 사용되는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공장식 축산업의 열악한 사육 환경과 잔혹한 도살 방식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의식에 공감했지만, 그들 대부분은 고기를 먹는 식사 관행을 여전히 고수한다. 채식주의 논변은 정말 강력하지만 그것이 ‘채식’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채식과 육식, 반려동물, 유기농 식품, 동물실험, 탄소 배출 등 동물 윤리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접하며 일상을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문제들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자신의 입장을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동물 문제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이루어진 이래 지금까지 줄곧 제기되는 7가지 핵심 질문을 담아 독자들을 고민에 빠뜨린다.

저자 토니 밀리건은 이 같은 7가지 주제를 다루면서 ‘채식주의자는 육식주의자보다 더 윤리적일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고기를 먹는 것은 모순일까?’ ‘고기를 먹는 사람이 동물실험에 반대할 수 있을까?’ ‘채식은 육식보다 친환경적인가?’ 등 우리가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친숙한 고민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육식과 채식에 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근본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흔히 윤리적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을 옹호하기 위해 ‘동물권(animal rights)’ 개념을 사용한다. 동물도 사람처럼 즐거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물권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악, 잔혹함, 관심, 야만성, 복지 등 다양한 윤리적 개념을 통해 채식과 동물 윤리 문제를 고찰한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을 윤리 다원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권리 논쟁을 넘어서 더욱 풍부한 윤리적·사회적·문화적 논의를 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수렵·채식인이나 소규모 자작농의 육식 관행이나 가난한 지역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육식 등을 옹호하면서도,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 국가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것은 이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또한 전통이나 공동체 의식에 따르는 육식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육식이 과연 그것에 필수 요소인지를 되묻는다. 저자가 권리 대신 제시하는 ‘이유들의 스펙트럼’은 가치관, 전통, 관행, 건강, 습관 등 다양한 원인으로 자신의 식생활을 이어가는 보통 사람들의 입장과 태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의 동물권 논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논점들을 살펴보며 저자는 채식이 윤리적 문제인 동시에, 일상의 습관이나 인간이 다른 생물과 관계를 맺는 방식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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