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투자자들(FI), IPO 관련 손해배상 중재 신청 나서...재판결과 따라 교보생명 경영권 넘어갈수도 

교보생명의 지분 29.34%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풋옵션 행사와 관련 중재 신청에 나서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이 위험하다는 분석이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7년 전 불씨가 결국 대형 악재로 돌아왔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결국 단체행동에 나섰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약속했던 교보생명 기업공개를 하지 않았다며, 중재신청에 나섰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흔들 정도로 큰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재재판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의 교보생명 경영권이 FI들에게 넘어갈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교보생명의 기업공개 작업도 전면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심사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가 주주간 갈등을 해소한 후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7년 전 '풋옵션'이 불씨

신 회장과 FI들의 분쟁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2012년으로 되돌려야 한다. 당시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과 캠코가 보유했던 지분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싱가포르투자청 등 FI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조건에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를 한다'는 조건이 담겼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FI들은 대주주인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수 있는 풋옵션 조건을 계약조건에 넣었다.

그러나 기한이었던 2015년 9월이 지나갔고,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교보생명과 FI들이 협의를 통해 상장시기를 늦춰왔다. 2013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이 발표되면서 자본확충에 나서야했던 교보생명이 상장을 늦추자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5년 9월로 예정됐던 IPO 시기는 기한을 넘어 3년이나 지연됐다.

완만한 협의를 통해 IPO 시기를 조정하던 양측의 이해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교보생명이 상장을 공식화한 후에도 IPO 논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교보생명 이사회는 IPO와 함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해 2조원에서 최대 5조원대의 자본확충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후 8월에는 상장주간사까지 선정했지만, 한달 뒤인 9월 IPO안건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FI들은 당연히 교보생명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했다. 특히 FI 측 입장을 알려왔던 이상훈 어피니티 한국대표는 IPO 추진에 대해 표결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결국 IPO 안건에 대해 보류를 결정했고, FI들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에게 2012년 걔약조건에 포함됐던 풋옵션 행사를 최종 통보했다.

신속한 결정 위해 중재 요청

현재 교보생명의 FI들은 코세어(9.79%), 어피니티(9.05%), 캐나다온타리오교원연금(7.62%), 한국수출입은행(5.85%), SC PE(5.33%), IMM PE(5.23%), 베어링PEA(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 총 8곳이다. 이중 신 회장에 대한 풋옵션을 보유한 곳은 어피니티와 SC PE, IMM PE,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 뿐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총 29.34%에 달한다.

FI들은 신 회장이 기한 내 교보생명 IPO를 추진하지 않아 금전적인 손실을 입은 만큼, 이에 대한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속을 어긴 이는 신 회장 측이며, 계약조건에 따라 폿옵션을 행사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중재재판을 맡게된 대한상사중재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이 FI들이 주장하는 손해액을 인정하게 될 경우,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일부가 FI 측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FI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에 풋옵션을 통해 확보한 신 회장의 지분 일부를 더해,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악의 경우 FI들은 다수의 지분을 매각조건으로 내세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에 교보그룹 전체를 매각하고 엑시트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정식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아닌 중재를 선택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초 교보생명 지분 인수과정에 소송에 아닌 중재원을 통해 해결한다는 조항이 삽입돼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소송은 3심까지 갈 수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중재는 단심제인데다 가치산정과 지분매각 명령도 할 수 있어 국제적인 투자사나 글로벌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재원을 통해 빠른 결정을 받아 풋옵션 행사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란 분석이다.

신 회장 측, 대응책 마련에 분주

신 회장은 일단 FI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어떤 시나리오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FI들이 제시한 풋옵션 행사가격의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도 준비하는 등 대비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FI들이 신 회장에게 요구한 풋옵션 가격의 적정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FI들과 신 회장이 모두 다른 기준으로 풋옵션 행사가격을 분석하고 있어서다.

FI측은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주당 40만9000원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FI들이 보유한 지분을 계산하면 총 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현재 교보생명의 현재 가치를 주당 2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양측의 가격차이가 두배 가까이 나고 있는 셈이다.

교보생명 역시 FI들의 중재 신청으로 인해 추진해왔던 기업공개 작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가 주요주주들간의 갈등을 해소한 후 상장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송과 달리 중재 재판의 경우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어 교보생명의 IPO는 시일이 늦춰질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게다가 IPO를 강행해도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이 결격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세칙을 보면 경영 독립성, 안전성, 지분구조의 변동 내용을 살피게 돼 있다"면서 "풋옵션 형사로 인해 지배주주의 경영 안전성이 현저하게 저하됐다고 판단될 경우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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