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보로금 비용만 4000억원대, 결국 실적 발목 잡아...성과연동제 놓고 勞-社 입장차 여전, 인건비 확대될 듯

KB국민은행이 지난해 4분기 18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리딩뱅크 왕좌를 결국 신한은행에 내줬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왕좌가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2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단 2년 만에 '리딩뱅크'을 내 준 KB국민은행이 이제는 2위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희망퇴직 과정에서 불어난 인건비로 인해 실적이 줄어들면서 1위 신한은행에 대한 추격에 나서기는커넝, 2위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초 불거졌던 노사간 대립이 '보로금(특별성과급에 유사한 보조금) 지급'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향후 이와 관련한 비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갈수록 늘어나는 인건비용으로 인해 리딩뱅크 경쟁에 뒤쳐질 것이란 관측이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2위 추격 나선 KEB하나·우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은 2조2243억원으로 2조1750억원을 기록했던 2017년 대비 약 2.3%(493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리딩뱅크 타이틀은 신한은행에 내줬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2조27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2017년 당시 1조7123억원의 순이익으로 KB국민은행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내줬지만, 1년만에 순이익을 33.1%(5667억원) 늘리면서 다시 금융맹주의 왕좌를 되찾아왔다.

눈에 띄는 대목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성장이다. 두 은행들 역시 2조원대의 연간 순이익을 올렸다. 순이익 부문에서 국민은행을 바짝 추격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2조92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국민은행을 턱밑까지 추격했고, 우리은행 역시 2조192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리딩뱅크 경쟁에 합류했다.

지난해 초 리딩뱅크 타이틀을 회복한 후, 역대 최고 실적을 내며 후발주자와의 격차 벌리기에 나서겠다던 국민은행이 이처럼 2위자리마저 위태롭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국민은행이 지난해 지출한 비용을 보면 알 수 있다. 희망퇴직 및 특별보로금 명목으로 4000억원대의 달하는 실적이 사라지면서 순이익이 제자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해당비용이 포함된 4분기 국민은행의 실적은 2017년 4분기(3337억원) 대비 56.5%나 줄어든 1886억원에 불과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회성 비용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노사대립, 임금부담은 계속 늘어나나

금융권은 그러나 국민은행이 향후에도 임금부담으로 인해 순이익이 꺾이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일회성 비용"이라고 밝힌 임금비용이 바로 희망퇴직 및 특별보로금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현재 해매다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고, 노사대립 과정에서 성과연동제 채택도 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단 올해 초에는 보로금으로 타협했지만, 올 연말이나 내년에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국민은행은 해마다 희망퇴직을 반복해서 시행 중이다. 올해 초 진행했던 희망퇴직의 경우 대상자만 2100명으로 지난해보다 큰폭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특별퇴직금은 최대 39개월 분으로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 과정에서 상당한 지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금융권의 우려를 사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초 노조측의 파업을 달린 사측의 당근으로 제시된 '특별보로금'이다. 일종의 보상을 의미하는 보로금은 금융권에서는 일반적으로 특별보너스 혹은 성과급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국민은행은 성과급 지급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이 보로금이란 명목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이에 사측은 예측이 가능한 성과연동제를 도입하자고 노조측에 제시했다. 노조는 곧바로 파업으로 대응했다.

이와 관련 중앙노동위원회가 양측의 중재에 나서 사후조정에 나서기로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양측의 불씨는 여전한 상태다. 지급규모가 명확하지 않은 보로금제도가 최대 5년 동안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국내 은행들의 인력구조는 항아리형으로 국민은행 뿐 아니라 다른 은행들 역시 상시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국민은행은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경쟁사들 대비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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