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전문대 출신 서민 후보"…박근혜와 차별화

김두관 “박근혜 부·신분 대물림” 비판, 삶의 궤적 차별화 전략
친박계 “맞대응 하면 몸값만 올려주는 격”…“‘박근혜 급’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대권 잠룡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6월 12일 출판기념회가 공식적으로 대권 시장 상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김 지사의 대권 플랜 중 핵심은 영호남 화합형 대권주자임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귀뜸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대선에서 지역통합을 앞세웠던 것과 흡사하다. 
후발주자로 올해 들어 처음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 지사는 짧은 일정의 대권 플랜을 극대화 하기 위해 고심중이란 후문이다. 그 일환으로 대선후보 선호도 1위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과 가장 대비되고 있는 후보임도 강조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을 향해 권력과 부를 대물림 한 측면이 강하다는 비판을 쏟아낸 것도 이장에서 도지사까지 오른 자신의 삶의 궤적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야권의 대권 잠룡인 김두관 경남도시사와, 여야 통틀어 대선후보 선호도 1위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

민주통합당의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권력과 부, 신분은 결국 대물림 받은 측면이 매우 강하다”고 비판한 것. “제가 대선후보가 되면 이장 출신 최초, 군수 출신 최초, 전문대 출신 최초의 후보일 것”이라며 “바닥에서 (민심의) 반란이 일어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과 자신의 이력이 극명하게 대척점에 서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이장에서 청와대까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국가비전연구소 대선후보 초청 포럼을 통해 “학력과 부와 권력이 대물림되는 현대판 신분사회에서는 서민에게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그는 “서울 출신 서울대 합격자의 43.6%가 강남 3구 출신으로 서울대가 강남 3구를 위한 대학이 되면서 현대판 신분사회가 되고 있다”며 “국립대 학부는 저소득층에서 신입생의 50%를 뽑아야 하며, 저소득층 학생 전원에게 절반 등록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화두는 공정과 공평”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주창했지만 불공정행위는 오히려 더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가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앞두고 처음으로 박 전 위원장을 비판한 것은 결국 본선무대를 염두해 두고 야권내 가장 경쟁력 있는 ‘박근혜 맞수’는 자신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위원장은 MB 정부 출범 직후부터 무려 4년간 대세론을 이어오고 있다. 지지율도 현재 40%대 독주체제를 구가하며 팽팽한 접전 양상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국가비전연구소 주최 2012 대선후보 초청 국가비전포럼 ‘이장에서 청와대까지?’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박근혜 맞수’ 적임자 알리기 포석  

여권에선 대선에서 주요 승부처인 영남권에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김두관 경계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경남도지사 재선 출신의 김태호 총리카드를 전면에 내세워 대권주자로 육성할려고 했던 사례가 있었듯이 김두관 지사의 파괴력은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라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두관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김태호 의원의 대선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의원은 ‘노풍’의 한복판인 경남 김해 선거에서 두 번이나 당선될 정도로 경남도지사 시절 닦아온 지지기반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도지사 출신 대선 후보’에는 역시 ‘도지사 출신 후보’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인 것.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노풍을 잠재울 수 있는 인물은 김태호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김두관이 주목되는 이유는 16대 대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3%의 지지율로 출발, 대선 1년전까지도 8%대로 당시 대세로 불렸던 이회창 총재의 30%대 지지율에 한참 뒤져있었음에도 불구 역전당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다시 한번 대세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분위기도 다분하다. 현재 비박계 대선 주자들이 현 지지율에 큰 의미가 없다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지사의 이력을 짚어보면 ‘스토리 텔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견해가 뒤따른다.   그는 1959년 4월 10일 생으로 경남 남해군에서 가난한 농어민의 아이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그는 운동화 한번 신어 보는 것이 소원일 만큼 어려운 유년시절을 겪었다. 남해종합고등학교와 영주 경산전문대 행정학과, 1987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청주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옥살이를 경험한 그는 이후 고향으로 귀향, 남해 농민회를 조직하며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김 지사는 국회의원에 3번(13·17·18대) 도전해 모두 낙선한 바 있으며 경남도지사도 3번의 도전만에 당선의 결과물을 성취했다. 당초 무모한 도전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계속된 도전으로 그는 ‘리틀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게 되기도 한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 민중의당 후보로 출마하였지만 3,000여표를 얻어 4명중 3위에 그쳤지만 그의 본격적인 정치인생의 신호탄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당시 총선 출마는 지역운동의 기반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주였으며 김 지사는 이때 고향 ‘이어리’의 이장을 맡게 된다.
이후부터 이장 출신으로 장관에까지 오른 입지적전인 인물이라는 닉네임이 항상 그의 뒤를 따라다니게 된다. 김 지사는 민심의 가장 낮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이장 자리가 자신의 이력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라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훗날까지도 자신의 정치철학의 모태를 형성하는데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1995년 당시 36세의 나이에 무소속으로 민선 1기 경남 남해군수에 당선,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남해군수 취임 직후 김 당선자는 과거 권위주의의 상징인 군수 관사를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민원인 전용 주차장과 느티나무 쉼터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6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약속지킴이 25인 의원 모임에 참석한 박근혜(가운데)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회의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친박계 “‘박근혜 급’ 아니다”

반면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두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지사의 전략에 맞대응 할 경우 오히려 그의 몸값만 올려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일시적 바람은 될 수 있어도 아직 ‘박근혜 급’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이라고 김 지사가 박 전 위원장에게 비판의 화살을 겨누었지만 단순히 선대의 후광만으로 얻어 진 것이 아닌 수년간 원칙과 신뢰의 프레임을 쌓은 박 전 위원장의 개인능력이 현위치에 오기까지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반론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정치 이력을 짚어보면 지난 2002년 당시 새누리당 부총재였던 그는 당을 탈당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 박근혜는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표심도 등을 돌리고 있었고 복당 이후에도 당내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2년 후 그는 화려하게 새누리당으로 돌아왔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차떼기당’, ‘탄핵당’으로 낙인 찍혀 완전히 절망적이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필사적으로 박 전 위원장에게 매달렸다.
박 전 위원장의 최강의 무기인 ‘대중성’은 여기서 처음 확인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자 고 육영수 여사를 너무도 닮은 그는 손에 붕대를 감아야 할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했고 그때마다 구름처럼 인파가 몰렸다.
당 자체 시뮬레이션에서 50석 정도 건질 수 있다는 예측치가 나왔지만, 박 전 위원장 비상체제 가동 이후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훨씬 뛰어넘는 121석을 얻어 새누리당은 기사회생했다.
박 전 대표의 전성기는 이때부터 예고됐다. 정가에서는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 중 그에게 빚이 없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라고 말할 만큼, 박 전 위원장은 당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으며 이번 19대 총선은 “박근혜를 위한 ‘판’”이었다는 평이 나올정도로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를 이끌어 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지지율 추이 관건

최근 이해찬-김한길 양강구도의 민주통합당 당권레이스 과정에서 김두관 지사는 가장 수혜를 입은 인물로 평가된다. 지지세력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김 지사가 야권내 경쟁 구도를 돌파하고 본선을 염두해 둔다면 당장 지지율과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국가비전연구소‘가 여론조사전문기관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 민주당 대의원 2286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문 상임고문 24.4%, 손 상임고문 22.8%, 김 지사 20.7%로 나타났다. 호남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정동영 상임고문은 9.1%, 정세균 상임고문은 7.9%를 기록했다. 문 고문은 부산·경남에서 36.1%, 충청에서는 34.3%를, 손 고문은 호남 27.7%와 수도권 26.1%, 김 지사는 제주 33.3%와 부산·경남 34.5% 등에서 각각 높은 지지를 받았다. 문 고문과 김 지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이 30.6%로 같았다.
김 지사가 사실상 대선에 처녀 출전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지지율 추이에 따라 그가 ‘킹메이커’가 될지 본선주자가 될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 지사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비교한 자신의 강점에 대해 “문 고문님과 비교해서 저의 경쟁력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다만 이장과 군수 등 가장 기층에서 출발했던 것과 대화와 타협의 경험이 많은 게 장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기업가, 교수, 의사로서 성공하신 분이고, 절반의 재산을 재단에 기부할 정도로 잘 살아왔기에 젊은이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기 혁신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국민 신뢰 받는데 주력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보다 분명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속에 가려진 야권의 대선레이스에서 김두관 변수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인범 기자 neoki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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