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탈당 카드 꺼내나(?)

 좌로부터 이재오,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룰의 전쟁' 친박계 ‘요지부동’ 비박계 탈당 시나리오 ‘모락모락’
오픈프라이머리 고리 민주와 연대가능성, 우호적 여론형성 관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룰을 둘러싼 내부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지난 17대 경선 일정 등 물리적 시간을 이유로 경선준비위원회를 건너뛰고 곧바로 대선후보 선출을 관리할 경선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비박 대선후보(김문수-이재오-정몽준)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비박진영의 요구가 ‘보이콧’ 될 경우 ‘중대결심’(탈당)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 나온다.
이들이 탈당을 감행한다면 정치적 파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이들의 주장에 무시전략으로 대응하면서도 ‘박근혜 대세론’에 역풍이 될라 여론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18대 총선 친박계 공천 대학살과 같은 판이 재현될 경우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민심이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8월로 예정되어 있는 대선후보 선출을 놓고 양 진영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소위 ‘룰’의 전쟁의 단면을 짚어봤다.

 새누리당 김문수,이재오,정몽준 대선경선후보를 대리해 안효대 의원, 신지호,권택기 전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와 조소한 경선일정 가시화를 위한 경선준비위원회를 구성촉구하는 기자회견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류인 친박계가 경선관리위원회를 곧바로 출범시키는 것에 무게를 실으면서 비박 진영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박 진영은 이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서병수 사무총장은 6일 대선 경선의 진행과 관련, “오는 11일에는 경선관리위원회를 꾸려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헌당규상에 경선준비위는 없다”며 “(지난 대선 경선에서) 경선준비위를 꾸려 한달 정도 했는데 3월인가 만들었다. 시간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다.
최근 비박 진영 각 캠프의 핵심 인사인 안효대 의원과 신지호, 권택기 전 의원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당이 활력을 잃은 ‘1인 사당’로 전락했다는 냉소와 비판 여론이 따갑다”면서 경선주자별 추천인사와 중립적 외부인사 등 10명 안팎의 경선준비위 구성을 촉구했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과 같이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경선룰 변경은 없다’는 친박계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확고하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5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나와 “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방식은 국민 50%, 당원 50%의 엄연한 국민 경선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박계 주자들이) 만약에 안 받아주면 탈당하겠다는 식으로 해서 대통령이 됐을 경우, 국민들이 맘에 안 든다고 떼쓰고 그러면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해 나가겠느냐”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는 8월19일까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야 되는 새누리당의 당헌당규를 보면 사실 두 달 전인 6월19일부터 (경선을) 시작해도 늦다”며 “시간이 사실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친박 진영이 비박계의 이러한 요구를 ‘박근혜 흔들기’, 정치적·정략적인 것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모습으로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현충일인 6일 오후 연평도에서 주민들과 꽃게 그물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친이계 박근혜 전면전 임박

향후 소위 비박으로 불리는 새누리당내 정치세력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다. 이재오 의원도 지난달 중순 한 방송에 출연, “(현행 룰로 경선이 진행된다면) 중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박계 주자들은 논의조차 할 수 없는 폐쇄적인 당내 구도를 계속 지적해 박 전 위원장의 폐쇄적 리더쉽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힘한번 못쓰고 앉아서 당하느니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의원측 권택기 전 의원도 “3명의 주자가 요구한 것을 당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사당화됐다는 증거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문수 지사 역시 “2002년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회창 총재가 압도적 대세를 보이고 있을 때 경선룰을 고치려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며 “이는 당시 자신의 경험과 요구하던 것을 잊어버린 듯하다”고 박 전 위원장의 탈당 전력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경선 실무책임자 였던 자신은 박 위원장의 탈당을 만류했다. 본인은 경선룰과 당권·대권 분리는 있고, (현재는)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계파지형은 8할이상이 친박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최고위원은 1명을 제외하고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는 상태로 비박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이 직접 나서 이들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상 경선룰의 변화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태다.  
정몽준, 김문수, 이재오측 인사들은 하나같이 “모든 가능성(탈당)을 열어놓고 있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여권발 분당시나리오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사람 모두 지지율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폭발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문제는 여론의 추이와 이들이 당 밖으로 나가서 독자적인 세를 규합할 수 있느냐 여부다. 현재 이재오,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지사의 측근으로 불리는 의원들은 지난 총선에서 대거 낙선한 터라 세규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여의도 남중빌딩에 자리잡고 있는 김문수, 정몽준 의원의 캠프에는 대선 캠프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하기 그지없는 상태다.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 창출이 목적인 이상 승산 있는 대권 주자를 염두에 두고 정치 세력이 합종연횡이 통상적인 시나리오인 반면 현재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지율을 놓고 봤을 때 이들의 탈당감행이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탈당을 감행할 경우 새누리당은 안정적 과반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은 물론 대선 전략 마련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 한 상황으로 이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 일정 시점에서 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4일 오전 서울 의정부역에서 청량리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고리
민주당과 연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라는 고리로 민주통합당과의 비박 진영간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박지원 원내대표도 오픈프라이머리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새누리당 비주류 측과 ‘법안 공조’가 이뤄질 공산이 큰 것이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용태 의원은 19대 국회 임기 첫날인 지난 5월 30일 대선 후보 경선에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요지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은 대선후보 선출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고, 대선 선거일 90일 이전 첫 번째 토요일(올해의 경우 9월15일)에 선거를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 상대당 지지자가 참여해 약체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 통합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사람은 한 개 정당에 대해서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개정안은 특히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지 않는 정당은 후보자 등록도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 발의에는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측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김 의원은 다음날인 5월 31일 한 라디오에 출연, “여야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는 잠재적인 의사를 밝힌 후보들 중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완전국민경선제를)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법안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도 박지원 대표가 말한대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골자로 한 공정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며 “이 법안이 통과될지 안 될지는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대 총선 ‘박해’ 당했던
친박계 여론 역풍 우려

친박계에서는 경선룰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내심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당내 경선 흥행이라는 명분만 놓고 봤을 때는 비박진영에 밀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진영은 친이계에 ‘박해’를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탈당한 인사가 대거 생환할 정도로 여론은 약자로 평가받고 있는 있는 진영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비박 진영이 여론조사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긍정적이란 결과를 강조하는 이유다.
비박계 진영측 한 인사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박근혜 전 위원장고 말했듯이 당의 흥행 차원에서도 대승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자유선진당 조순형 전 의원은 6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현, 박근혜 전 위원장에 관해 “여론조사상으로는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라면서 “다만 포용력이 조금 부족하다든가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아마 쟁점이 오픈프라이머리일 건데, 이것을 잘 판단해서 타개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선 “미국과 우리는 정치 풍토, 선거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면서 “정당정치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강인범 기자 neoki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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