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 이후 내리막길, 막걸리 사업도 부진...4년 연속 영업손실 최악

백세주로 국내 대표 전통주기업으로 거듭났던 국순당이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백세주를 선보이며 전통주 돌풍을 일으켰던 국순당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11일 국순당에 주권매매거래 중지 조치를 발동했다고 밝혔다. 최근 4년 간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 같은 사유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국순당은 지난해 매출액은 2017년 대비 73억원 감소한 528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은 27억원이라고 밝혔다. 

백세주를 선보이며 전통주시장을 개척해온 국순당의 과거 실적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내리막길이다. 1277억원을 기록했던 2011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액 규모는 반토막이 난 셈이며, 영업손실 역시 거래소의 경고처럼 4년 째 적자상태다. 

주류업계에서는 국순당의 위기는 ▲히트작 부재 ▲막걸리 사업 부진 ▲유통망 구축 실패 등을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국순당의 후속작이 없다는 점이다. 

국순당의 대표상품인 백세주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3년 당시 국순당의 매출액이 1312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았는데, 이중 90% 이상이 백세주 덕분이었다. 하지만 20도 이상을 유지해왔던 소주가 13~16도의 저도수로 전환되면서 백세주의 차별성이 약화됐다. 지난해 국순당 매출액 중 백세주가 차지한 비중은 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순당 역시 백세주의 후속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막걸리 사업에 공을 들였다. 2005년 이후 와인열풍에 이어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걸리 역시 2011년 이후로 소비량이 계속 줄고 있다. 여기에 기존 막걸리 제조업체였던 서울장수막걸리와 지평주조 등이 깔끔한 맛의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막걸리 열풍이 잠깐 불면서 국순당이 막걸리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다양한 증류주와 수입맥주가 등장하면서 국순당의 부진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주류도매상이 아닌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한 것도 국순당에 독으로 작용했다. 국순당은 백세주의 인기가 높아지자 도매상을 배제한 채 자사제품을 취급하는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백세주에 대한 인기가 식어가고,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영업력이 위축됐다는 관측이다. 실제 국순당은 대리점을 상대로 '밀어내기'를 하다 2013년 배중호 대표와 임원들이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국순당이 부실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본업이 아닌 투자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실제 국순당은 27억원의 영업손실에도 불구, 순이익은 15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80억원 인수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상환전환우선주의 가치가 열배 가까이 치솟았고, 배틀그라운드로 대박이 난 블루홀스튜디오에도 일찌감치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를 진행하면서 적자폭이 줄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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