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윤성영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인 고(故) 조중필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민사32부(유상재 부장판사)는 13일 조 씨의 어머니 등 유족 5명이 부실수사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총 3억6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날 선고 후 조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는 “4월 3일이면 만 22년이 되는데 이 고통을 검사 2명 때문에 당하고 살았다"며 "22년 동안 식구가 다 고생한 것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렇게 승소하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조 씨는 지난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됐으며 당시 검찰은 현장에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와 아서 존 패터슨 중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기소했으나 1998년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유죄가 인정된 패터슨은 복역 중 특별사면 기간에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으며,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2015년 9월 국내로 송환돼 2017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으며, 조 씨의 유족은 수사 당국의 부실한 수사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1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