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혜택ㆍ기업가치 하락 예방 명분 내세워…한진칼 경영 위축 우려도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민연금과 국민연금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남양유업 배당 확대 요구 거절에 체면을 구겼다.

이는 지난해 7월말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도입을 선언한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로 수용되지 않고 거절당한 첫 사례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두 번째 발동 대상인 남양유업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배당 확대 요구를 거절했다. 배당을 확대하면 특수 관계인을 포함한 오너일가가 절반 이상의 혜택을 받고, 사내유보금 감소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남양유업 측 거절 이유이자 저배당 정책을 고수해온 근거이기도 하다.

현재 남양유업 지분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오너일가가 총 53.85%를 소유하고 있고, 국민연금 지분은 6.15%로 비중이 작다.

이를 뒷받침하듯 남양유업 측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부터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고, 이후 재무구조 건전성은 더욱 높아졌다. 저배당 기조 유지 덕에 가능했다. 물론 기업가치도 높아진 측면도 존재한다.

앞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첫 번째 적용대상으로 지목한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 결정을 내렸고, 한진칼 측은 경영 활동 위축을 우려한 바 있다.

남양유업 측에 대한 국민연금의 고배당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다른 상장법인에 비해 낮은 배당성향을 보여왔기 때문. 남양유업 배당 성향은 2~3%대다.

로고=남양유업

하지만 남양유업 측도 배당 확대로 오너일가에 대한 수혜 입장을 수차례 국민연금 측에 전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국민연금이다. 이런 측면에서 배당 확대 요구가 일방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7월말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통과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에 대해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지만, 한진칼 사례와 같이 결국 오너 일가에 대해 ‘경영에서 손을 떼라’하는 모습은 부적절하다.

물론 대주주로서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쓴소리는 필요하지만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한다고 수익성을 보장받거나 경영효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마이너스-1.5%로 14조원의 손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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