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8강 두 마리 토끼 잡기
# “한국 축구에 네덜란드식 축구 접목” 축구 철학 밝혀
# 한국 축구와 문화를 제대로 아는 한국통

한국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핌 베어벡 신임 감독(50). 그는 74년부터 7년간 네덜란드 1부리그 스파르타 로테르담에서 선수로 활약했고, 81년부터는 같은 팀 코치로 지도자 길에 입문했다. 베어벡 감독은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과 함께 한국대표팀에서 2회 연속으로 월드컵을 치른 ‘한국통’이라는 강점을 지녔다. 다양한 프로팀 및 네덜란드령 안틸러스 대표팀 감독 등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감독으로 큰 대회를 치른 경험이 없어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게 변수다.

“당면 목표는 2007년 아시안컵 우승이다. 장기적으로는 2010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는 팀을 만들겠다.”
핌 베어벡 신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0)이 지난 6월 28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2002한·일 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베어벡 신임 감독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 정신력의 한국축구에 네덜란드식 토털사커를 접목시키겠다”라며 “일단 2007년 아시안컵 우승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당면 목표이며 K리그 구단, 대학팀들과 협조를 통해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16강을 넘어 8강까지 진출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 4년간 대표팀을 거쳐간 한국선수들의 특징을 꼼꼼하게 꿰뚫고 있는 ‘관리형’ 지도자다. 김남일과 이호 등을 발굴한 눈도 높게 평가받았다. 장기적으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이끌 다른 감독을 찾는 동안의 준비기를 꾸려나갈 대안으로는 적절하다는 평가 속에 선임된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 조건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연봉이 아드보카트급 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인 점도 새 역할을 맡기기에 부담이 없었던 요인으로 보인다.

베어벡 감독은 부임과 함께 3가지 주요 국제대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내년 7월에 있을 2007년 아시안컵,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이 바로 그 것.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궁극적 목표인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지휘봉을 잡을 기회가 열리게 된다. 비록 3개 대회 모두 아시아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은 오래 동안 한국과 인연을 맺지 못한 대회. 올림픽 예선 역시 호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입으로 인해 예전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베어벡의 1차 시험무대
오는 11월 28일부터 12월 15일까지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열리는 도하 아시안게임은 베어벡 감독과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있어서도 놓칠 수 없는 대회다.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선수 전원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노렸으나 준결승에서 이란에게 승부차기로 패배, 동메달에 그친 바 있다.

이 대회 역시 4년전처럼 23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와일드 카드 3명이 참가한다. 반면 일본이나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대비, 21세 이하로만 선수단을 꾸릴 것으로 알려져 한국이 보다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박주영과 이호, 백지훈, 김영광, 조원희, 김진규 등 월드컵에서 뛰었던 6명에 23세 이상 3명이 가세할 경우 우승 1순위로 손색이 없다는 분석이다. 박주영과 백지훈 김진규는 카타르국제청소년대회를 통해 현지 무대에도 익숙한 편이다.

#반세기만에 우승 도전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내년 7월부터 동남아 4개국(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 열리는 2007년 아시안컵에 참가한다. 아시아 축구의 최정상을 가리는 최고 대회인 이번 아시안컵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하계올림픽을 피해 한 해 앞당겨 개최된다.

아시안컵의 중요성은 축구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아시안컵을 통해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성인대표팀의 발전상을 확인하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의 판도를 미리 내다볼 수 있다. 또 아시아의 맹주를 자랑하면서도 1960년 이후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악연마저 떨쳐야한다.

무엇보다 이번대회 우승팀은 2009년 남아공에서 벌어지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아시아대표로 참가할 수 있어 태극전사들의 국제경기 경험을 강조한 베어벡 감독에게도 반드시 우승이 필요한 대회다.
하지만 우승으로 가는 여정은 만만치 않다. 아시안컵에서 번번히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이란과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일본은 물론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16강을 달성한 호주마저 가세하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뜨거운 날씨에 선수들이 얼마만큼 적응하는가도 관건이다.

# 베어벡 1기의 마침표
2007년 하반기에 베이징올림픽 1차 예선이 시작되며, 2008년 초에 최종예선이 열린다. 본선에 총 16팀이 참가하는 탓에 아시아에서도 3장만의 티켓이 배정됐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 베어벡 감독은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란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아시아 축구 강국에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청소년 무대에서 강한 중동 국가들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최종예선은 월드컵 최종예선보다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평이다.

2005년 네덜란드 세계청소년대회와 2007년 캐나다 세계청소년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올림픽대표팀의 주축이다. 청소년대회를 통해 다져진 선수들의 기량과 호흡이 올림픽대표팀에서 베어벡 감독을 만나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을 지가 초점이다. 한국은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 올림픽 본선 진출에 많은 비중을 두는 특성이 있다. 이에 베어벡 감독은 부담감을 심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도 올림픽대표팀에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김민경 기자 flyingmk73@naver.com



- 핌 베어벡 신임감독 경력

▲출생(국적)
56년 3월12일(네덜란드)

▲선수 경력
네덜란드 1부 스파르타 로테르담(74∼80년)

▲지도자 경력
스파르타 로테르담 청소년 감독(81∼84년), 도르트레흐트 코치(84∼87년), 그라프샤프 감독(87∼89년), 페예노르트 감독(89∼91년), 바게닝엔 감독(91∼92년), 그로닝엔 감독(92∼93년), 포르투나 싯타르트 감독(94∼98년), 일본 J2 오미야 감독(98∼2000년), 한국월드컵대표팀 수석코치(2001∼2002년 6월), 에인트호벤 유소년팀 코치(2002년 7월∼2003년 5월), 일본 J1 교토 감독(2003년 7∼12월), 네덜란드령 안틸러스 대표팀 감독(2004년 1∼7월), 보루시아MG 코치(2004년 11월∼2005년 4월), UAE대표팀 코치(2005년 7∼9월), 한국월드컵대표팀 수석코치(2005년 9월∼2006년 6월)

▲기타경력
네덜란드 대표팀 선발위원장(2000∼2001년), 중국 상하이 선화 기술고문, 홍콩축구협회 기술고문




- 정해성과 박항서가 평가한 베어벡
“한국적 사고 가진 사람”

새로운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핌 베어벡을 주위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베어벡 감독과 함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를 일궈냈던 정해성(제주 유나이티드), 박항서(경남FC) 감독은 “베어벡은 경험이 풍부하고 원칙적인 데다 한국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해성 감독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원칙을 중시한다”며 “특히 선수들에게 전략을 가르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이어 베어벡 감독은 동양적 사고 방식을 많이 이해하고 있어 인간적으로도 끌린다며 베어벡과 얽힌 일화를 몇 가지 소개했다.

한.일 월드컵 전에 정 감독은 베어벡 감독과 선수 발굴 및 상대 전력 분석을 위해 함께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자신이 계산을 하려고 하자 베어벡 감독이 “축구협회 돈이냐. 당신 돈이냐”라고 묻더니 “당신 돈이면 나도 한번 계산하자”라며 식사 값을 냈다는 것.

정 감독은 “유럽인들은 ‘더치페이’문화가 기본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면을 보게 됐다”며 “오히려 한국적인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도 “책임감도 무겁고 성실한 데다 기본에 충실하고 이론도 해박하다”며 “특히 베어벡 만큼 한국 축구나 선수뿐만 아니라 문화나 정서까지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감독은 “감독 경험이 적고 대표팀에 대한 감(感)이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인 감독말고 외국인 감독을 찾는다면 베어벡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또 베어벡 감독이 술을 아예 입에도 못 대며 굉장히 가정적인 사람이이라고 귀뜸했다.
박 감독은 “함께 모인 자리에서도 예전에 히딩크 감독은 와인을 즐겼지만 베어벡은 술을 한 방울도 못했다”며 “특히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한.일 월드컵이 끝난 뒤 일본에 잠깐 있었는데 가정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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