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30차례 집중파업에 르노 본사 경고...부산공장, 닛산 '로그' 물량 배제시 가동률 반토막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부분파업에 나선 가운데, 프랑스 르노그룹이 "파업을 지속할 경우 9월 종료되는 닛산 SUV 로그의 후속물량 배정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르노삼성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르노삼성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노동조합의 파업이 지속되면 신차를 배정하지 않겠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에 경고장을 보냈다. 르노삼성 노조가 최근 석달 동안에만 30여차례나 부분파업에 나서자 르노본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노조의 파업이 지속될 경우 부산공장에서 올해 9월까지 생산할 예정인 닛산의 소형 SUV 모델인 '로그'의 후속 물량 논의를 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경고했다. 닛산 로그의 부산공장 생산량은 부산공장이 지난해 생산한 21만5809대의 절반에 가까운(49.7%) 10만7262대에 달한다. 

르노 본사의 경고가 알려지면서 르노삼성은 물론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르노 본사의 신차 배정이 중단될 경우 부산공장 가동률이 50% 안팎으로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르노삼성은 물론 협력업체들마저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의 상황이 되풀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 

노조 "기본급 인상" vs 르노 "신규 물량 배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 2014년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닛산의 로그 물량을 수탁 생산 중이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얼라이언스 회장의 배려 덕분이었다. 이 수탁계약은 올해 9월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로그의 후속물량을 무난하게 받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노조가 기본급 인상을 이유로 파업에 나서면서 계약에 빨간 불이 커졌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르노삼성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 중에 있다. 노조는 좋은 실적을 거둔 만큼 기본급을 10만667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자기계발비를 2만133원 인상하고,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사측에 요구 중이다.

사측에 이에 대해 본사와 로그 후속물량을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대신 기본급을 유지하는 대신 보상금을 지급하고 생산성과에 대한 격려금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양측의 입장에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7일 기준 28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에 나서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은 약 5000대 가량의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014년 로그 생산물량을 놓고 일본 규슈공장과 경합을 벌일 당시에는 부산공장의 평균 인건비가 압도적으로 낮았지만, 최근에는 부산공장이 오히려 2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본급이 다시 오르게 되면 로그 후속물량을 배정받은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물량 확보 실패시 군산사태 재현될수도 

자동차업계는 르노삼성의 최근 상황을 심상치 않게 지켜보고 있다. 르노본사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르노삼성에 우호적이었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세금탈루 혐의로 체포된 후 CEO에서 물러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르노그룹과 닛산은 현재 르노닛산얼리이언스의 경영권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르노그룹이 부산공장을 챙기는 것보다는 로그 물량은 일본에 넘겨주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올해 말 대규모 인력감축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물량 중 절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물론, 르노삼성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최악의 경우 4000여명에 달하는 부산공장 인력 중 절반 이상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르노삼성이 로그의 신규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협력업체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공장의 가동률이 절반 이하로 내려갈 경우 협렵업체는 이보다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결국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의 악몽이 부산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자동차부품업계에 현실로 닥치고 있다. 250여곳의 회원사를 통해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사단체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신달석 이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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