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현대차, 31일 투자 협약식...금호타이어·대유그룹 등 관련기업에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자동차가 광주로 온다.

31일 광주광역시(이용섭 광주광역시장)는 문재인 대통령과 현대차그룹 관계자, 노사민정 등 각계 대표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의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을 체결했다. 4년을 끌어왔던 '광주형 일자리'가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지자체 주도형 일자리 사업이다. 이날 협약식에 참가한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는 혁신적 포옹국가로 가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임금을 유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2전3기 끝에 극적으로 타결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지난해 3월 광주광역시와 한국노총 광주본부, 지역시민단체 등이 모여 '노사민정 공동 결의'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곧바로 같은 해 5월 현대차가 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노총이 광주시가 만든 협정서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협정서에는 '신설 법인의 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생산목표 대수 35만대로 한다'고 밝혔는데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5년간 임금·단체 협상이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노조결성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광주시는 협정서를 결국 수정했다. 노동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수정안을 제시한 것. 하지만 이번 사업의 주체격인 현대차가 "당초 협의안이 변질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노동계와 현대차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좌초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광주시는 사업진행을 양측을 긴밀하게 오가며 조정에 나섰다. 이에 현대차가 통 큰 결단을 내리면서 광주형일자리 합의안이 타결됐다. 근로기준법 상 단체협약은 2년, 임금협약은 1년마다 해야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 단체협약을 유예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대타협을 통해 첫발을 떼긴 했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넘어야할 산도 많다. 가장 먼저 노동계의 반발이다. 당장 현대차 노조는 간부들을 중심으로 파업을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역시 협약식을 열리는 광주시청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광주에 생기는 신설법인의 자본 유치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총 2800억원의 자본금이 책정된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가 590억원(21%)를 부담하고, 현대차가 530억원(19%)를 투자하는 구조다.

나머지 1680억원은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또한 공장건립에 필요한 자금도 대출을 받아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자본금 유치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공기업이 하나 더 생긴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 확보다. 광주형 일자리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신설법인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현대차는 신설법인에 경차급의 SUV 생산을 맡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경차 수요가 연 14만대에 불과하고, 기존 생산라인조차 풀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경차급 SUV가 등장할 경우 공급과잉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우려다. 

광주시 역시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현대차에 친환경차 생산라인 위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가 노조의 반발을 무릎쓰고 수천억원대을 들여 생산라인을 옮길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광주 기반 車관련 기업은 미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이번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을 조용하게 미소지으면 바라보고 있는 곳들도 있다. 바로 광주전남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동차 관련기업들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현대차가 광주에 새로운 공장을 건립할 경우 광주 기반의 자동차 관련기업들의 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유그룹 계열사들과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이다. 

충남 아산에서 광주로 터를 옮긴 대유그룹은 현재 계열사인 대유에이텍을 통해 현대차그룹 등에 자동차 시트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전계열사인 대유위니아도 광주로 본사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현대차가 광주에 새로운 공장을 짓게 되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기업으로 대유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협력사인 만큼 신설법인 역시 대유그룹과 거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송정동에 자리한 공장부지를 매각하고 빛그린산단으로의 이전을 발표한 금호타이어 역시 광주형 일자리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새로 지을 광주공장 인근에 새 부지를 물색 중인 만큼 향후 현대차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돈독하게 할 것이란 게 자동차업계의 관측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의 성패 여부는 결국 지속가능성과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미 정부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발표 과정에서 광주전남 지역에 대규모의 R&D 투자를 밝힌 만큼 이번 협약 타결 이후 광주전남으로 이전을 고려하는 자동차 관련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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