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오랜만에 집 근처에 있는 뚝섬유원지로 일요아침산책을 나섰다. 이럴 때면 우리 주위에는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마라톤 하는 사람, 축구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타는 사람, 그냥 멍 때리는 사람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사람들. 그 날에는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한 방향으로 뭔가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가끔 손가락질도 하고 있었다.

마치 옛날 대학입시 합격자 발표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궁금해서 확인해 보니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던 것은 뜻밖에도 아침 바람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플랜카드였다.

“정치 후원금 내시고 좋은 정치로 돌려받으세요” 

플랜카드의 주체가 광진구선거관리위원회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자세히 들려왔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를 제대로 해야 후원금을 내든지 하지”, “왜 정치가 사람 피곤하게 하는지 모르겠어”, “국민들을 개XX로 생각하는 거지 뭐”

2019년 새해 시작부터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짜증바람은 미세먼지만큼이나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종철 예천군의회 의원,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등.

몇몇의 사안은 진실을 가려내야 하고 그때 법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그렇지만 법대로 처리하기 이전에 온 나라를 시끄럽고 피곤하게 만든 그 자체만해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한다. 그들은 공인(公人)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이없게도 문제의 핵심은 공사구분의식의 실종에 있다. 정치인들이 자주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선공후사(先公後私)’다. 그런데 그 말은 안타깝게도 국민들이 가장 믿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선공후사는 고사하고 공사(公私)구분 조차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멀쩡하던 사람도 정치권에 발을 담그기만 하면 그런 공사구분의 치매 증상을 일으키니 그 정치권이라는 동네의 정체성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우리사회 곳곳에 뻗쳐있는 거대한 적폐의 뿌리가 드러난 미증유의 사건이었다. 또한 그 사건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부실은 그 발원지가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릇된 가치관에 있다는 것을 너무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공사(公私) 구분하지 못하면 공사(共死)한다는 그 교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도미노처럼 계속 일어나고 있다.

문제가 공사구분의식 결여라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문현답이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의 사전적인 의미는 잘 아는 바와 같이 어리석은 질문을 받았음에도 현명한 대답을 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의역에 해당하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바로 그 말 말이다. 여기서 현장이라함은 기업의 경우에는 소비자 마음 속이다. 기업의 브랜드가 소비자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 기업의 서비스나 브랜드는 신속히 쇠퇴기에 진입하여 지구를 떠나게 될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의 현장은 민심(民心)이다. 공사구분이 없다 함은 국민들의 마음 속을 헤아리지 않음이다. 국민을 하찮게 여기는 오만의 극치다. 일말의 직업 의식도 없는 무임승차 의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는 데에는 정치인과 국민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첫번째는 정치인의 자질이고 그 다음은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다. 향후에는 문제의 그러한 정치인 브랜드를 절대로 선택하지 말아야한다.

어느덧 2월이다. 2월이야말로 ‘진정한 한 해의 출발’이다. 1월이 엔진에 시동을 거는 달이라면 2월은 활주로를 전력 질주해야 하는 달이다. 그래야 3월의 힘찬 이륙이 가능하고 1년 한 해를 높이 날 수 있다. 공인들의 칼 같은 공사구분 의식은 우리의 힘찬 비행을 위한 튼튼한 활주로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 보는 것도 애국의 소중한 실천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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