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신호천 범람 침수피해 농민들 '발동동'...자연재해 결론에 공사는 배상거부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공기업 한국농어촌공사가 태풍이라는 자연재해 앞에 주 서비스 고객인 농민들의 손을 놨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 태풍으로 신호천이 범람해 수억원대 피해를 본 농민들은 최소한의 보상을 받기 위해 하천 배수장을 관리하는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좀 더 일찍 배수펌프를 가동했으면 침수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는 게 고발의 핵심 요지다.

반면, 농어촌공사 측은 재해대책 매뉴얼 규정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23일 공공기관과 광양시 등에 따르면 농림부 산하 농어촌공사가 지난해 10월 태풍 콩레이로 배수장이 범람해 침수 피해를 본 농민들의 배상 요구를 거부했다. 국내 한 기술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자연재해로 결론이 나서 법적으로 배상할 근거가 없다는 것.

해당 농민들은 지난해 10월 6일 태풍 콩레이로 전남 광양시 진월면 오사지구에서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신호천이 범람해 양상추 비닐하우스 317동, 19만9033㎡ 가량 침수피해를 봤다. 피해액은 3억7508만원이다. 이 피해 추산 규모는 해당 지자체와 농어촌공사가 함께 한국손해사정사회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다. 에이스손해보험이 선정돼 산정했다.

통상 양상추는 침수되면 상품으로써 가치를 잃어버린다. 비닐하우스 설치를 전제로 양상추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60일간 재배해야 하고, 겨울은 90일 정도 키워야 상품으로서 출하가 가능하다.

자연재해 배상 근거 없어

오사지구 침수피해 농민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최근 신호천 배수장을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순천광양지사 직원 2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를 통과할 당시 신호천 배수장 펌프를 좀 더 일찍 가동됐으면 피해가 덜 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당시 신호천 범람은 오전 4시부터 시작됐는데 농어촌공사 배수장 펌프 가동은 2시간이 넘어 시작됐다. 농어촌공사는 하천 범람 당시 배수장 5개 펌프를 전부 돌리지 않았다. 배수장 펌프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업생산기반시설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측은 자연재해로 배상할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신호천 배수장 가동은 재해대책 매뉴얼 규정에 따랐다”며 “(법적)근거 없이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태풍이 올 당시 실수나 과오가 없어 배상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피해 농민들이 지자체로부터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재난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광양시는 자연재해 발생에 따른 재해복구 기준을 적용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해 10월 5일 ‘제25호 태풍 콩레이 현황과 전망’이라는 설명 자료를 통해 그 다음 날인 6일 낮 통영-부산 부근을 통과한다는 예보를 내놨다. 예보 내용에는 수도권 지역이 태풍 영향으로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리고, 제주도와 일부 남부지방, 강원영동 중심 강풍을 동반한 매우 많은 비가 내리겠다는 일기 예보를 한 바 있다.

기상청은 2018년 10월 4일 사옥 2층 국가기상센터에서 제25호 태풍 ‘콩레이(KONG-REY)’의 현황과 전망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했다. 사진=기상청

천재지변엔 하늘만 원망?

농어촌공사는 농어촌공사법에 따라 농지관리기금을 설치해 농어촌정비사업과 농지은행사업을 시행하고 농업기반시설을 종합관리하며 농업인의 영농규모적정화를 촉진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의 증대 및 농어촌의 경제ㆍ사회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주 서비스 제공자가 농어민이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관리하는 시설물이 감당하는 범위를 넘어서면 신호천 범람 침수 같이 피해를 보더라도 ‘나 몰라라’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보상할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 피해를 입은 농어민은 하늘만 쳐다보고 원망해야 한다.

광양 오사지구 침수 피해 농민들은 올해 하우스농사를 지으려면 시설자금 명목으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 물론 빚이고, 농민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다. 노동집약적 농업의 생산성을 봤을 때 수억원의 빚은 최소 몇 년간 갚아야 하는 액수다.

이제는 농어촌공사도 변해야 한다. 당초 시설 목적과 달리 현재 다른 작물이 재배되는 곳은 신호천 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그린벨트만 가 봐도 논농사 중심의 토지 구역이지만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선(先)대처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향후 천재지변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신호천 침수 사례와 같이 근거 없고, 불가항력적인 사유라는 논리로 주 서비스 고객과 맞설 것인가 아니면 도울 방법을 생각할 것인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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