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증선위 제재 결정에 본안소송 선고까지 중단 결정
회계사·교수 "법원이 '스모킹건' 눈 감고 판단을 회피한 것"

법원이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행정처분 가처분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로직스)가 증선위와의 법정소송 1차전에서 일단 승리했다. 하지만 최종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22일 서울행정법원은 삼바로직스가 지난해 11월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하며 본안사건의 1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가 삼바로직스에 내렸던 행정처분은 일시적으로 중단되게 됐다. 

앞서 증선위는 삼바로직스가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11월 ▲1개월 이내 회계장부 및 재무제표에 반영해 재작성 ▲증선위가 지정한 회계법인을 3년간 감사인으로 지정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등 제재 처분을 내렸다. 이에 삼바로직스는 곧바로 증선위 결정에 불복하며 제재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동시에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증선위의 행정처분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바로 이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사실상 삼바로직스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의 결정문에 따르면 "삼바로직스의 본안청구(제재처분취소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 내지 삼바로직스의 이익을 위해 4조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이미지와 신용 등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금전보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표이사와 CFO를 제외한 유일한 사내이사를 해임할 의사가 전혀 없고, 대체할 전문경영인 후보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해임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경영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증선위는 이에 대해 "해임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적 효력을 갖는 처분에 불과하고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손해발생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권고적 효력도 처분상대방에게 강제력을 가하는 바, 신청인 주주들은 대표이사와 CFO를 해임해 증선위와의 마찰을 피하는 게 삼바로직스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증선위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이 알려지자 회계사들과 회계학 교수 등 회계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이 결정문에 삼성 측의 주장을 그대로 담으면서 '재벌 봐주기'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한 회계사는 "법원이 직접 판단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결정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신청인쪽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통상적인 판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회계사들은 법원이 근거로 내세운 공익적 목적도 비판했다. 한 회계사는 "법원이 판결문에서 재무제표를 수정할 경우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잘못된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한 사람들의 피해도 있지 않겠냐"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할 법원이 피해를 고민하면서 판단을 미루는 것은 책임회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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