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측에 경영포기 수준의 주주제안서 전달...표대결 준비, 국민연금 결정이 승부처 될 듯

강성부 대표의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가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권 포기에 가까운 수준의 주주제안서를 한진그룹에 제안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한진그룹의 주인이 과연 바뀔 수 있을까?

강성부 대표의 지배구조개선펀드 KCGI(이하 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에게 사실상의 경영권 포기를 요구했다.

강성부펀드는 21일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이란 주주제안서를 통해 외부인사 중심의 지배구조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한진 측에 제의했다. 사실상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압박에 가깝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예상 외의 제안서에 화들짝

강성부펀드는 제안서를 통해 먼저 한진그룹의 경영상황과 지배구조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주력회사인 한진, 대한항공 등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은 것이다. 

먼저 강성부펀드는 지배구조를 지적했다. 펀드 측은 "2014년 기준으로 조 회장 일가의 대한항공 총자산 대비 실질적 소유권은 1.5%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 지분으로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근거로 밝힌 실질적 소유권은 총자산을 부채 대비 자산, 지분율로 나눠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펀드 측은 경영진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 및 KCGI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2인, 외부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총 6인의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 구성과 함께 임원진 역시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진행하자고 밝혔다.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펀드 측은 "대한항공의 총 항공기 수가 169대인데, 기종은 2009년 5종에서 2018년 8종으로 늘어 유지보수 비용이 너무 크다"며 "유가와 환률변동에 대한 대한항공의 리스크 대응능력도 떨어져 영업이익이 유가에 좌우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칼호텔네트워크, LA월셔그랜드호텔, 와이키키리조트, 송현동 호텔부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만성 적자를 기록하거나 본업과 시너지가 거의 없는 사업들을 매각하고, 외부기관의 자문을 빌어 그룹의 발전방향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실질적인 경영목표도 제시했다. 강성부펀드는 "2014년 한진해운 투자 전이었던 2조5000억원대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달성과 부채비율 300% 이하, 차입금 의존도 30% 이하 달성"을 경영목표로 제안했다. 동시에 일반 주주와 임직원, 협력사, 지역사회 등과 함께 상설협의체를 조직해 사회책임을 다하고, 임직원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소통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강성부펀드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사실상의 경영권 포기를 요구하는 제안"이라며 "예상은 했지만, 이를 벗어날 정도로 강력한 제안서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2018년 12월 말 기준 한진그룹 지배구조. 자료=KCGI 제공

KCGI는 이미 표대결 준비 중?

그렇다면 강성부펀드의 제안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보면 한진그룹 혹은 조 회장 일가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강성부펀드는 한진 8.03%, 한진칼 10.81%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강성부펀드에 출자한 조선내화가 한진 지분 1.53%를 갖고 있다.

반면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 지분 28.93%를 통해 한진과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 22.19%, 대한항공 29.96%를 소유 중이다. 조 회장 일가가 휠씬 많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연기금 및 외국인투자자들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최대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6일 기금운용위원회 종료 직후 "공적 연기금이 사회활동하는 곳과 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독자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게다가 46%에 육박하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강성부펀드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도 조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강성부펀드가 이미 표대결을 염두에 둔 강력한 주주제안을 공개함으로써 한진칼은 본격적인 세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됐다"며 "일부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강성부펀드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진그룹이 어떤 방어책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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