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전에 논의 마칠 듯...'논란' 기업에 주주권 행사, 경영참여 가능성은 낮아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월 초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행사(스튜어드십 코드)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를 도입한 후, 실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놓고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자위)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와 범위를 검토하겠다"면서 "논의 결과를 토대로 기금운용위원회는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2월 초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한항공의 2대주주(11.56%)이자, 한진칼의 3대주주(7.34%)다.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총일 6주 전까지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2월 초에 관련 논의를 마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여부 논의에 한진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경영참여에 나설 경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사정권 안에 들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4조원의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297개이며,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도 81개에 달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첫 타깃은 한진?

국민연금은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공식 검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이후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폭행·탈세·밀수 등 여러가지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지만, 개선책조차 없다고 보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 11.68를 보유한 2대주주이면서, 한진칼의 지분 7.34%를 보유한 3대주주다. 하지만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해 물컵갑질 이후 여러가지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했고, 기업가치 역시 줄어든 상태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투자를 했지만,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주주권 발동이란 강경책을 논의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주주권을 발동하게 되면 첫 사례가 될텐데, 국민연금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 가치로 보고 주주권 행사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주요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면서 다른 주주들 역시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때문이다. 특히 강성부 대표의 KCGI가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후, 경영개선안 및 지배구조 개선책 등을 요구하고 있어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수성 여부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임기는 올해 3월17일에 종료된다. 한진칼 역시 회장 임기가 2020년 3월23일까지다. 

게다가 한진칼의 경우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28.93%로 전체 주식의 1/3이 되지 않는다. 2대주주인 KCGI(70.81%)와 국민연금이 손을 잡고, 또다른 연기금 혹은 외국계투자사가 힘을 더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주주권 참여를 결정할 경우,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임원 배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기금위 위원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배임혐의를 받는 경영진의 이사연임은 명백히 반대해야 할 사안"이라며 "불법 행위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조 회장 일가의 책임을 묻는 것은 경영권개입이 아닌 기업가치를 지키려는 주주의 권리"라고 밝혔다. 

한진 다음은? 재계 초긴장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를 본격 검토한다고 밝히자 재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수탁자위에서 행사여부를 결정할 경우 한진그룹이 첫번째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 국내 주요 대기업들 역시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23조900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전체 시가총액의 7%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97개에 달한다. 이중 대한항공처럼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도 81곳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이 모든 기업들에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는 기업들에만 주주권행사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점관리사안은 △횡령·배임 △과도한 이사 보수 △경영진의 사익 추구 등이 포함돼 있으며, 1년간 개선책 요구에도 답하지 않을 때 중점관리기업에 선정된다. 

중점관리기업에 선정되도 국민연금이 직접 이사를 파견하는 등의 경영 참여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경우처럼 서한을 보내 의견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물론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의사에 반하는 안건은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논의는 아주 특별한 사례"라며 "중점관리기업에 포함되더라도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되지 않으면 주주권행사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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