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로 입사 총수까지 24년...부회장 취임 후 그룹 매출 5조 증가, 건설+석유화학 집중

대림산업이 지난 14일 이해욱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재계서열 18위의 건설명가 대림산업이 3세 경영시대를 활짝 열었다. 

14일 대림그룹은 이해욱 대림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물러났던 대표직에는 당장 복귀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대림산업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의 손자로,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 대리로 입사해 거의 모든 직급을 거쳐 총수에 오르기까지 무려 24년동안 경영수업을 거쳤다. 

재계에서는 대림그룹이 3세경영을 시작함에 따라 이 회장이 부회장 때부터 추진해왔던 '월드 디벨로퍼'로의 도약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플랜트·석유화학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대림그룹은 2017년 말 기준 총자산만 18조7000억원, 매출액은 23조원에 달한다. 

건설 및 석유화학에 집중

"명예회장님과 선배님들이 이뤄 놓은 대림을 지속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절대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14일 그룹 총수에 오른 이해욱 회장은 회사 사내게시판에 이런 포부를 밝혔다. 대림산업의 양대 축인 디벨로퍼 사업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다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대림산업이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림산업이 신평면개발·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원가혁신을 도모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 같은 혁신작업은 이후 대림산업의 주택브랜드인 '이편한세상'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제 이 회장이 부회장에 취임했던 2010년 당시 대림산업의 매출액은 7조4375억원이었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 2017년에는 12조3355억원까지 늘어났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이 회장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건설명가로 잘 알려진 대림산업이 석유화학업계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0년 독일과 미국에 이어 3번째로 고반응성 폴리부텐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10년의 연구개발과정을 통해 탄생한 이 기술은 2015년 정부가 선정한 '광복 70주년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에 포함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이다.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에 제조기술을 수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건설과 석유화학에서 강점을 보유한 대림산업은 디벨로퍼 사업도 기존 건설 및 부동산업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을 추진 중이다. 시행사가 발주하는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사를 넘어 용지매입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실제 광화문 D타워'를 성공적으로 완성했고, 세계 최장 현수교로 기록될 터키의 '차나칼레 대교' 건설사업도 맡고 있다. 석유화학의 경우 태국에서 'PTT 글로벌 케미칼'과 함께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요인 차단 효과도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총수에 오름에 따라 최근 대림산업에 제기됐던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연초부터 대림산업과 관련해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대림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 대주주인 이해욱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지분보다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보유하고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산업 지분 21.7%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23.1% 정도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은 42%에 달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확대 요구나 구조조정, 적대적 M&A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되는 배경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건설업종에 대한 지분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대림산업의 경우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증가속도가 무척 빠르다"면서 "적대적 인수합병 혹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배당확대 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회장의 총수 취임은 대외요인을 차단하는 효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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