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여파 맥도날드·우버·비아콤 철수...이미 철수한 롯데 그나마 다행

자국기업과의 차별적인 규제와 소비자들의 민족주의 성향이 맞물리면서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기업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탈출하고 있다. 

과거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앞다퉈 대륙에 진출했던 글로벌기업들이 이제는 중국 내 사업규모를 줄이거나 사업철수를 고민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되고, 중국 내 경기둔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글로벌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력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미국의 거대 미디어기업인 비아콤이 최근 중국 내 합작법인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픽처스와 음악채널 MTV를 보유한 거대 미디어기업 비아컴은 199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했다. 이후 2005년 중국의 국유기업인 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합작투자를 통해 해외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중국 내 미디어의 지분 49%를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아콤은 사업확장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아콤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중국정부의 규제를 피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 맥도널드도 중국 내 합작법인의 지분 매각을 고려 중이다. 맥도널드는 지난 2017년 합작법인의 지분 80%를 중국의 중신그룹(52%)과 미국의 사모펀드 칼라일(28%)에 매각한 바 있다. 

지분매각이 아니라 아예 중국기업에 사업을 매각한 기업들도 있다. 차량공유기업 우버는 2016년 중국법인인 우버차이나를 중국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에 매각했다. 글로벌맥주회사인 하이네켄 역시 중국 내 양조장의 매각을 준비 중이다. WSJ은 해당 기업들 외에도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왔던 많은 글로벌기업들이 현지법인에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앞다퉈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기업들이 이제와 사업규모 축소 혹은 철수를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재계에서는 과거와는 달라진 사업환경을 첫손에 꼽고 있다. 국내 한 기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진출을 통해 사업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기업들이 성장해 같이 경쟁을 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정부의 차별적인 규제와 소비자들의 민족주의 성향으로 인해 외국계기업들의 사업연속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중국정부는 자국 기업이 아닌 해외기업들의 사업활동에 차별적인 규제를 가하며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자국의 부품 사용량을 늘려달라며 압박을 가한 것을 포함해, 글로벌기업들의 사업허가 요청을 특별한 이유없이 거부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의 갈등 이후 중국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둘째치고,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와 중국 소비자들의 민족주의 성향으로 중국 내 사업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면서 "사드 여파로 먼저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롯데그룹이 그나마 손실을 줄이고 철수한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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