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계열사 세메스의 세크론 합병서 헐값매입 논란
소액주주 소송에 대법원 "주식매수가격 재산정" 결정

지난 9일 대법원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3년 반도체 자회사 합병과정에서 주식매수가액을 잘못 선정했다며 해당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성전자가 과거 계열사간 무리한 합병과정으로 인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반도체 공정업체 세메스와 세크론의 합병과정에서 합병가액을 낮게 산정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시가총액 240조원대의 삼성전자가 고작 17억원의 합병비용을 아끼기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셈"이라며 "수백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쏟아부은 삼성전자에게 브랜드가치가 고작 17억원에 훼손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대법원3부(김재형 대법관)는 2013년 1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에 합병된 세크론의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액결정 신청에 대해 "주당 12만4490원으로 산정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이 수익가치 산정에 법리를 오해한 측면이 있다"며 재산정 이유를 밝혔다. 2심에서 판결한 가격보다 더 높은 주식매수가액을 산정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향후 대전고법에서 주식매수가액을 다시 산정할 경우 소액주주들에게 보유주식 1만5520주에 대한 매매대금과 함께 소송이 진행된 기간(현재 7년)동안 지급되지 않은 지연이자(연 6%)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시작은 삼성전자가 세크론과 또 다른 반도체 자회사였던 지이에스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012년 9월10일부터 한달간 세크론 주식 11만9730주(발행주식의 14.8%)를 주당 8만5000원에 소액주주들에게서 사들였다. 주식을 팔았던 105명의 소액주주들 중 94명은 세크론의 전현직 임직원들이었으며, 일반주주는 11명에 불과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세메스는 이사회를 열어 세크론과 또다른 반도체 자회사인 지이에스를 합병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지이에스에는 수익·자산가치를 토대로 가치평가를 거쳐 매각했고, 세크론은 장외거래 가격이 있다는 이유로 별도의 가치평가 없이 8만5000원을 주식매수가격으로 결정했다. 사실상 세크론에는 제대로된 가치평가 없이 기존 거래가격을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세크론의 소액주주 35명은 이듬해 3월 "주당 8만5000원은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아닌 대주주인 삼성전자에 의해 정해진 가격"이라며 법원에 주식매수가액을 결정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삼성전자가 자회사의 합병과정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법원 결정을 최초 보도한 한겨레신문 역시 "삼성전자가 합병을 앞두고 무리수를 둔 것은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싸게 사들이고 합병비율을 유리하기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했다.

재산정 결정이 내려진 2심 결정금액 12만4490억원을 정상가격으로 가정할 경우 삼성전자는 소액주주들에게 17억원 정도 더 싸게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면 17억원을 아끼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당초 결정했던 주식매수가액 역시 법원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합병에 앞서 개별주주들에게 비밀약정서까지 받으며 일괄적으로 8만5000원에 주식을 사들인 것과 관련해 1심 재판부가 "삼성전자가 자회사들의 합병을 진행하면서 합병대상 회사들의 주식시가를 만들려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항소심의 산정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2심 결정금액이었던 12만4000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당금액이 파기환송심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건의 1심에서는 세크론의 주식가치를 17만7358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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