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회장, 은행장 겸직 밝히자 은행 노조 반발...분리경영 약속 1년도 안돼 물거품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년 전으로 원위치?
DGB금융그룹이 김태오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을 강행키로 밝히면서 대구은행과 DGB지주 간의 대립각이 격화되고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측은 "분리 경영을 약속했던 김태오 회장이 약속을 어겼다"며 분개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1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사임한 것. 이후 김태오 회장은 DG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은행과 지주사의 '분리경영'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8일 DGB지주 이사회가 행장 후보 선정을 연기했고, 11일 김 회장의 행장 겸임을 결의했다. 사실상 김태오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측은 "1년 전 약속을 깼다"며 DGB지주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김태오 회장 겸임 강행하는 DGB
DGB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회사 최고경영자추천후보위원회(자추위)를 열고 김태오 현 DGB금융지주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했다. 김 회장은 2020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겸직하도록 결의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오는 15일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주주총회를 거치면 은행장에 선임된다.
이사회 측은 "조직안정과 통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결론"이라며 "대구은행에서 추천한 후보자를 포함해 자추위의 행장 후보자들 중 마땅한 후보자를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 측은 DGB금융지주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 김 회장이 취임할 당시 지주와 은행의 분리경영을 취임공약으로 밝히기까지 했는데, 이제와서 다시 과거처럼 돌아가자는 거냐"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은행 이사외와 노조 측은 김 회장의 겸직 반대와 함께 내부출신 행장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강력한 반발에 DGB지주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DGB금융은 김 회장의 행장겸직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주주제안권'을 발동해 주주총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은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주주인 만큼, 스스로 주총을 열어 겸직 안건을 총회에 올린 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약속어긴 김 회장에 대구은행 반발
대구은행 역시 DGB의 겸직 결정에 강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은행 내부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행장이 겸하게 되면 사실상 10개월 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면서 "결국 제왕적 지배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나섯던 김 회장이 다시 제왕이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은행 노조 측은 지난 4월 DGB금융지주가 밝혔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 조치를 이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시 DGB금융은 지주 회장은 개방형으로 선발하고, 은행장은 대구은행 전·현직 임원 중에서 공모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회장 역시 취임 후 이 같은 분리경영방침을 강조한 바 있다. 5월 취임한 김 회장은 "지주 회장이 모든 권한을 갖기 보다는 계열사 CEO에게 권한을 넘기고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DGB금융 이사회가 지난해 대구은행장 자격요건을 '금융권 등기이사 5년이내'로 바꾸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대구은행 내에서는 "현재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 중 변경된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이는 김태오 회장 외엔 없다"면서 겸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구은행 노조 측은 DGB금융이사회의 결정에 분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주 성명을 내고 "DGB금융이 다시 독재체제로 돌아가려한다"면서 "전임 박인규 회장 시절 불거진 비자금사건, 채용비리 사건도 결국 권력이 집중되고 견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의 행장 공백 상황이 현재로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행장을 겸직해도 은행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대구은행은 3분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7.8%, 전기대비 20% 감소하며 경쟁사들 대비 역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