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TV 사업 마케팅 비용 증가·스마트폰 부진 심화에 이익률 ‘뚝’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LG전자가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믿었던 백색가전 사업마저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5조7705억원, 영업이익 753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2.2%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89.9% 급감했다. 직전 연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7%, 영업이익은 79.5% 감소했다. ‘어닝쇼크’ 수준이다.

다만 연간기준으로 보면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의 활약 속에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61조3399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2조9029억원으로 매출은 2년연속 60조원을 상회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직전 연도 대비 9.5% 증가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이처럼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도 울상이다. 당초 예상보다 4분기 실적이 크게 떨어지면서 사상 첫 영업이익 3조원 기대도 물거품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 2년만(2016년 4분기)에 처음이다.

잠정 실적에는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사업부의 계속되는 부진과 함께 그동안 실적을 책임졌던 생활가전과 TV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H&A 사업부와 HE 사업부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출이 커졌고, 남미 등 신흥국에서의 수요 감소가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적자 규모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1000~2000억원대 적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최대 3000억원대까지도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LG전자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은 9일 LG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8만5000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다. 유안타증권 역시 9만6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낮췄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모바일 시장 정체기 진입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MC사업본부 실적이 악화되고 경쟁사의 QLED TV 마케팅 강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 영향등으로 HE 부문 이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모바일, TV 시장의 경쟁 심화는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LG전자 실적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담당 MC사업부의 영업적자가 3599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어닝쇼크’를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전 담당 H&A사업부의 영업이익이 510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면서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더불어 신흥국 경기침체 영향이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또 “HE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10억원으로 고가 TV시장의 경쟁 심화가 마진 하락의 주요인이며 VC사업부는 240억원 적자지만 소폭이나마 개선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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