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국내 진출 후 최초로 8000억원대 채권 매각...법정금리 인하에 역마진 우려

제3금융권으로 불리는 대부업계의 강자 '산와대부'가 지난해 말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8000억원대의 부실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사업철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제3금융권을 대표하는 '산와대부'가 또다시 철수설에 휘말렸다. 

지난 2002년 국내에 진출해 높은 성장을 기록했던 산와대부가 지난해 12월 8000억원대의 부실채권 매각에 나서면서 철수를 준비 중인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해 대부업계 영업환경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와대부는 지난해 말 약 8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을 통해 산와대부는 국내 진출 이후 보관해왔던 부실채권을 한번에 정리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지난해 9월 최상민 전 대표가 물러난 뒤 김선이 대표 취임과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일본측 대주주가 채권 매각을 지시한 것이란 분석이다. 

통상 3금융권으로 불리는 대부업계에서 산와대부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업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산와대부는 지난 2017년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 시장점유율이 21.1%로 가장 높다. 총자산도 2조4396억원(2017년 말 기준)에 달해 업계 2위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자산규모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사업축소를 위한 규모 감축에 나서고 있어 지난해에 이미 업계 1위로 올라섰을 것이란 게 대부업계의 판단이다. 

이런 산와대부가 갑자기 대규모 부실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금융권은 산와대부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채권 매각이 한국 철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유 중인 부실채권을 모두 매각한 것은 향후 철수가 결정됐을 때 걸림돌이 없게 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산와대부의 행보 역시 철수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란 관측도 있다. 산와대부는 이번 채권매각을 포함해 올해에만 지점을 11곳 통폐합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산와대부는 경영효율화의 일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대부업계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점도 산와대부 철수설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법정최고금리가 해마다 인하되면서 이자장사가 어려워졌으며, 최근에는 역마진 우려도 발생하고 있어서다. 실제 2010년 당시 최고 44%에 달하던 법정최고금리는 지난해 24%까지 인하됐다. 정부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향후 20% 아래로 더 낮출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 대출규정에서 역마진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대출에 필요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손비용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대출을 해주는 것이 회사에 손해가 날 지경이라는 게 대부업계의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산와대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산와대부가 철수를 결정할 겨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3금융권의 부재로 인해 불법사채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서다. 서민금융연구원은 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고 불법사금융을 이용중인 소비자가 2015년 25만명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40~60만명으로 수준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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