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크라우딩펀드 늘리고 사모투자 자본금도 10억으로 완화

금융위원회가 8일 연기금·공제회의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일임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금융권의 핫이슈였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운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8일 정부는 금융위원회가 올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장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공제회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위탁한 증권사가 자산운용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운용업체들이 단순한 자금운용에서 벗어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는 스튜어드십코드를 활성화 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의 연간 모집금액을 기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하고, 사모투자 자본금도 설립기준으로 완화해 진입장벽도 낮췄다. 

논란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마련

국무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연기금과 공제회가 투자를 통해 보유하게 된 주식지분의 의결권은 앞으로 투자를 일임한 업자에게도 위임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기존 투자일임재산에 속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 위임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됐던 규정을 시행령을 통해 예외규정을 만들어 허용한 셈이다. 투자일임업은 은행과 보험사를 제외한 증권사, 투자자문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이 담당하고 있다. 

당초 규정에 따르면 연기금과 공제회는 운용사에 투자를 일임했어도 자신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해야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개최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식투자 규모만 124조원으로, 2017년 말 기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무려 286곳에 달한다. 이처럼 너무 많은 기업들에 투자하다보니 의결권 행사에 제약을 생겼고, 결국 지난해부터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바로 이 같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국장)은 "시행령 개정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로 의결권 행사의 길이 열렸지만, 이를 뒷받침할 가이드라인과 법적 근거가 없던 것이 사실"이라며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이제부터는 의결권 위임을 위한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개선 통해 자금조달 창구 다양화

금융위에 이밖에도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크라우딩펀등과 전문사모집한투자업체들의 조건도 완화했다. 사실상 규제책들을 개선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를 다양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크라우딩펀딩이다. 금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크라우딩펀딩의 연간 모집금액을 기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중 하나로 크라우딩펀드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크라우딩펀딩의 자금모집 대상도 금융, 보험업, 부동산업, 사행성 업종 등을 제외한 모든 업종으로 넓혔다.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들의 자기자본 요건 역시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됐다. 자본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2015년 전문사모집한투자업자들의 진입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와 변경한 후 2015년 20개에 불과했던 투자업자들이 2016년에는 91개, 2017년에는 140개, 지난해에는 169개로 늘었다. 

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투자자 보호장치는 기존보다 강화됐다. 크라우딩펀딩은 기존 금융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적합성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며, 청약기간 역시 최소 10일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등록제로 변경된 금융투자업체들은 자기자본 미달로 퇴출될 때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앞으로는 6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위법 판단 주기도 연 1회에서 월 1회로 변경된다. 

박 국장은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규제 체계 완화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번 규제 완화가 혁신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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