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장시간 구구절절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그는 구순(九旬)의 장인 장모와 함께 28년해를 살아오고 있는데 최근 들어 장인어른 대하기가 무척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식사 때마다 장인과 막걸리 반주까지 겸하는 등 주위 사람으로부터 ‘경이로운 사위’라는 칭송이 자자했던 그였기에 고개를 갸웃 뚱했다.

사연을 들어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보통 그 이상이었다. 발단은 유튜브 방송 때문이었다. 장인어른이 집안에서 보수단체의 유튜브 방송을 크게 틀어 놓는다는 것이다. 

마치 “이것 들어봐라, 이것이 진짜 이야기다”라고 시위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인어른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인데 지금도 주말이면 광화문에 진출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란다. 일부 어른들의 극보수 성향을 감안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사위되는 그 지인은 이른바 노사모 회원이었고 수년째 노무현재단을 후원하고 있다. 한 집안 식탁 위에서 진영갈등, 가짜 뉴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의 진영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싸움의 양상이 날로 새로워 진다. 팟 캐스트 대전(大戰)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더욱 전운이 감도는 것은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등장 때문이다.

그는 “혹세무민(惑世誣民) 보도가 넘쳐난다”라며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개시했다. 물론 이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 홍카콜라’, ‘新보수의 아이콘’ 이언주, ‘보수 女전사’ 전희경 의원 등 야권의 ‘빅마우스’들의 활약에 따른 흥행 조짐과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혹세무민이라는 단어가 여전히 널을 뛰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혹세무민은 사전적인 의미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 즉, 그릇된 이론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선동하는 행위 전반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혹세무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다. 어쩌다가 일시적으로 통할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진실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정치인이라면 어항 속에 사는 물고기처럼 투명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치권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경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혹세무민 또는 곡학아세(曲學阿世)와 같은 구시대의 진흙탕 싸움만을 반복하게 된다면 그들이 얻을 것이라고는 낙선(落選)이라는 따끔한 따귀 한대뿐일 것이다.

국내 최대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로드FC 정문홍 대표의 인터뷰 음성이 맑은 바람소리처럼 들린다. “케이지(철망으로 둘러싸인 공간) 위에서는 공정하다. 노력과 노력이 부딪쳐 승부가 갈린다. 솔직하다고 할까, 거짓말을 안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종합격투기에 열광하는 것은 이러한 맑은 경쟁이 빚는 맑은 승부 때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 위해서는 당당한 승부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정당당함은 맑음에서 나온다. 정치는 윗물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정치가 맑아야 나라가 맑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도 훌륭한 말을 선보였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이 말에 어찌 여야(與野)가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오직 구체적인 실천만이 의미 있을 뿐이다.

2019년 황금 돼지띠의 새해가 밝았다. 보다 많은 정치인들이 맑은 마음으로 맑은 정치를 해서 국민들로부터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구나” 하는 칭찬 가득한 개인 브랜드 평가를 받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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