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15일까지 추모기간…“안전한 시스템 마련”
강북삼성병원서 환자에 흉기 찔려 사망, 범행동기 횡설수설

지난달 31일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의사가 진료중이던 환자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고와 관련,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47)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진료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 44분경 병원에서 환자 박모(30)씨가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려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다.

임 교수는 20여년간 우울증과 불안장애와 관련된 1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한 정신건강의학 분야 전문가로, 한국형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 개발위원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자살예방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을 받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달 15일까지를 사망한 임 교수의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학회는 “청전벽력과 같은 소식에 비통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며 “고 임세원 교수를 잃고 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과 동료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에게 안전한 치료환경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환자에게 지속적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의료 제도 하에서는 이러한 사고의 위험은 온전히 정신과 의사와 치료팀이 감내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섣부른 논의를 지양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완전하고도 안전한 치료 시스템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전날(1일) “국회에서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변이 벌어졌다”며 “새해를 맞이한 의료계는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의협은 “의료계는 그간 정부와 정치권에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왔지만 번번이 좌절됐다”라며 “최근 응급실 내 폭력 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뤄졌지만 의료진은 의료기관 내 어디서든 강력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장에서 검거된 박씨는 범행에 대해선 경찰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범행은 시인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줄곧 횡성수설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박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구속여부는 오늘 저녁이나 밤늦게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또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계획 범죄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병원 폐쇄회로(CC)TV와 박씨의 소지품 등을 분석하고 주변인들을 조사 중이며, 임 교수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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