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파·이사장 배임 혐의 등 경영난 심각 폐원 위기

31일 오후 서울 중구 제일병원. 사진=연합뉴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우리나라 최초 산부인과 전문병원 제일병원이 폐원 위기 봉착했다. 병원은 현재 응급실만 운영하고 외래와 입원 치료, 검사를 전면 중단했다.

제일병원은 지난 30일 “병원 사정으로 당분간 검사일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전 의뢰서 및 제증명 서류가 필요하신 고객님께서는 내원해주길 바란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병원 측인 이에 앞서 같은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도 발송하기도 했다.

제일병원은 그동안 저출산 여파로 장기간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는 2014년 5490건, 2015년 5294건, 2016년 4496건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 측은 경영난 해결을 위해 이사회 구성권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섰으며 최근까지도 인수의향자 한 곳과 비공개로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의향자 측이 이달 중 긴급운영자금 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뤄지지 않으면서 폐원 위기에 몰리게 됐다.

반면 병원 노조 측은 제일병원의 부채와 이사진의 경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일병원지부는 지난 6월 “이재곤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이나 구성원 동의 없이 담보대출을 받아 재단에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입혔다”며 “1년 이자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기형적 재무구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제일병원 노조는 지난 4월 이재곤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최근 이재곤 이사장을 100억원대 배임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증개축 관련 공사비를 부풀려 업무상 배임 혐의로 조사받았다”며 “관련 공사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한편 제일병원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전문병원으로 1963년 설립됐다. 설립자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조카인 고(故) 이동희 이사장이다. 1996년 이동희 이사장이 폐암으로 별세한 뒤에는 삼성그룹이 2005년 계열분리 전까지 운영했다.

제일병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신생아 출산의 2%를 담당할 정도로 최고의 분만 진료 병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삼성가 3~4세와 영화배우 이영애, 고현정씨 등도 제일병원에서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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