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반부패를 위한 과감한 개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법령 개정없이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순차적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활 속 불공정 관행과 부조리, 이른바 생활적폐 해결을 위해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대처를 지시했다.

이중 권력유착 및 사익편취 분야로 분류된 재건축·재개발 비리에서는 ‘조합임원 권리사항, 공사비 검증 등 관련제도 개선’과 ‘조합 운영실태 점검 - 조합점검 매뉴얼 마련·배포, 2019년 합동 조합점검 실시’등이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재건축·재개발 비리 근절을 위한 방안이 주로 조합 운영과 관련된 점이다. 이에 대해 정비업계 관계자는 “기존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시공사 혹은 철거업체 등 협력업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적발을 한다고 해도 근절되지 않는 상황을 분석하면서 비리의 핵심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조합집행부라고 관점을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강남의 경우 사업비가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사업이다. 만약 기업이라면 조합원은 주주고 조합임원들은 경영진인데 이렇게 비전문가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게 하겠는가?”라면서 조합 임원들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지역에서는 우량 사업장으로 꼽히는 한강연립재건축, 잠실주공재건축, 가락시영재건축, 반포3주구재건축, 대치쌍용2차재건축 등에서 조합장 해임과 관련한 내홍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기존 조합에서 관행으로 체결되던 불합리한 각종 용역계약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와의 계약은 워낙 사회적 이슈가 됐고 이미 서울시에서도 표준계약서들을 마련해 불공정관행에 대한 시정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그 외의 용역계약에 대해서는 조합에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미명하에 전혀 관리감독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재개발 분야는 매우 복잡하고 특수한 사업체계로 많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선출한 조합임원들이 양심적으로 일할 것이라 믿고 계약을 포함한 모든 업무를 위임하고 있고, 그나마 형식적으로 1년에 한번정도 열리는 정기총회에서도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합업무를 추인하고 있다. 따라서 사적이익을 편취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조합업무에 개입할 경우 이를 예방할 방법은 사실상 없으며, 향후에 적발된다 해도 이미 엄청난 손실을 입은 뒤로 회복 역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조합장 해임총회를 진행하고 있는 재건축사업의 한 조합원은 “조합이나 조합장이 간간이 보내주는 문자 메시지나 소식지가 우리가 알 수 있는 내용의 전부다. 그래서 믿고 맡겼는데 완전히 속았고, 조합원의 전 재산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마음대로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을 벌여놔서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대책이 서질 않는다.”며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다른 조합에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도시의 발전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하다. 더 이상 농경지나 임야를 택지로 개발하는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이 성립되지 않고 그저 일부 몰지각한 조합임원들의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전락할 경우 그 폐해는 곧바로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재건축·재개발의 문제를 해당 조합의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되며, 조합에 의해 자행되는 비리 근절을 위한 사회 전체적인 각성이 필요한 때이다. 2019년이 그런 재건축·재개발 비리 근절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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