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7-마지막회)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미얀마 중부에 위치한 고대도시 바간의 파고다 유적들이 저녁 노을을 받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저자 

바간(Bagan)

바간은 미얀마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미얀마를 가로지르는 이라와디 강가에 놓여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이곳은 11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번성했던 고대 왕국의 수도로서, 크고 작은 수많은 사원과 불탑이 놓여 있다.

바간의 수많은 불교 사원들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과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르드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꼽힌다. 유적 자체의 가치나 의미로 보아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전혀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여태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불심이 깊은 미얀마 사람들은 지금도 재력이 허락하면 곳곳에 불탑을 세우곤 한다. 과거 바간 왕국 시대에는 수도인 이곳에 1만개 이상의 사원과 불탑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2200개쯤 남아있다.

여행 안내책자에 보면 바간에서는 사방 어디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켜도 반드시 불탑을 볼 수 있다고 해 다소 과장된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바간에 가서 불탑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더니 저 멀리서 어김없이 불탑이 나타 나곤했다.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바간 구시가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사원과 불탑을 둘러보고, 그 중에서 특히 크고 유명한 몇 개 사원을 방문해 각 사원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살펴보면서 대규모 불상을 감상하게 되면 미얀마가 얼마나 불교를 중시하고 불교문화에 깊이 빠져있는 가를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관광객을 위해 출입이 허용된 사원의 꼭대기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사원과 불탑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즐길 수 있다. 저녁에는 강가에 위치한 호텔의 야외정원에서 식사를 하면서,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미얀마 민속춤을 즐기는 실로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불교 성지로 알려져 스님들을 대동하고 많은 불교 신자들이 방문하는데, 굳이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꼭 방문해볼 만한 훌륭한 관광지다.

해발 900m에 위치한 거대한 인레 호수. 발로 노를 젓는 배를 타고 통발로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저자 

인레(Inle) 호수

인레 호수는 미얀마 중부 산악지대의 해발 약 900m에 위치한 길이 20km, 폭 10km의 거대한 호수로서 그 면적은 116㎢에 이르지만, 평균 수심이 건기에는 2m, 우기에는 3.5m에 불과한 얕은 호수다. 인레라는 이름은 바로 미얀마어로 호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호수 주변에 호텔들이 즐비하고, 시설은 물론 주변경관이 뛰어나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명소다.

아침에 일어나 옅은 안개 속에 어른거리는 아름다운 호수의 경관을 즐기거나, 조그만 배를 타고 호수 구석구석을 다니며 자연을 감상하고 호수 주민들의 삶을 엿볼 기회도 있다.

저녁 무렵 호수 한 가운데로 나가 호수 아래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장면을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밤에는 호수에서 올라오는 한기로 인해 호텔 방이 무척 춥기 때문에 따뜻한 옷을 준비해 가야 한다.

인레 호수를 배를 타고 지나다 보면 분명히 흙으로 되어 있는 밭인데도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출렁거리면서 물 위에 떠 있는 밭, 일명 ‘floating garden’을 많이 볼 수 있다.

흙을 주재료로 해 수초 위에 흙을 올리고 그 위에 다시 수초와 흙을 덮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 후 대나무를 호수 바닥에 박아 고정을 시키면 floating garden이 만들어진다. 여기서는 주로 토마토를 재배하는데 인레 호수에 사는 사람들의 중요한 경제적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인레 호수의 물 위에 떠있는 밭(floating garden)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모습. 사진=저자 

인레 호수에는 약 7만명의 주민이 호수 안의 수상 가옥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는 여러 인종들이 부락을 형성해 살고 있는데, 이들은 특이하게 발을 이용해 노를 젓는 배를 타고 호수에 나가 고기를 잡거나 floating garden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으며, 베를 짜거나 수공예품을 만들기도 한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즐기는 것과 더불어 호수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엿보는 것도 색다른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나팔리(Ngapali) 해변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주 해안에 위치한 나팔리는 우리 가스전에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양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쯤 걸린다. 인도양 벵골만의 아름다운 비취색 바다와 3km 이상 끝없이 펼쳐 있는 부드럽고 하얀 백사장은 실로 동남아시아의 어느 유명 해변 휴양지에 못지않은 절경이라고 할 수 있다.

나팔리라는 이름은 이 해변을 방문한 이탈리아 사람이 이곳의 멋진 풍경이 나폴리와 같이 아름답다고 하여 붙인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미얀마어 또는 라카인어로는 나팔리라는 단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니, 나폴리에서 유래했다는 말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와 매력적인 백사장이 있는 이 곳에는 휴양시설도 훌륭하다. 방갈로 형태의 많은 호텔이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른 동남아시아 휴양지와는 달리 번잡하고 소란스럽지 않게 호젓한 휴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미얀마 관광의 황금시즌인 11~2월에는 많은 유럽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또한 나팔리 해변이 위치한 라카인주 바다는 미얀마에서 가장 많은 해산물이 나는 곳이다. 이 곳 휴양지는 인근 바다에서 잡은 바다가재를 비롯하여 새우, 오징어 등 각종 싱싱한 해산물과 생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팔리 해변. 인도양의 비취색 바다와 3km 이상의 하얀 백사장이 펼쳐 있는 곳으로 11월과 2월 사이에 많은 유럽 관광객들이 찾는 절경의 휴양지다. 사진=저자 

우기의 시작을 알리는 띤잔(Thingyan) 축제

매년 4월 중순 불교력(음력)으로 새해 첫 날을 맞이하기 바로 직전, 며칠에 걸쳐 미얀마에서는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물의 축제가 개최된다. 이때가 바로 우기가 시작되기 직전이기도 하다. 이 기간에는 세상에 찌든 모든 죄와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어내고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라는 뜻으로 사람들에게 물을 퍼붓는다.

태국의 송크란 물 축제나 캄보디아, 라오스의 물 축제도 같은 시기에 있으나, 물 축제의 규모나 열광하는 정도가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다. 당초에는 그릇에 있는 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끼얹는 정도였을 터인데, 지금은 도시의 대로변에 가건물로 스테이지를 설치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무호스로 물을 뿌린다.

스테이지에서는 하루 종일 노래와 음악과 춤이 이어지며, 스테이지 앞에서는 미얀마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되는 조그만 트럭에 많은 사람들이 몸을 싣고 물세례를 받기 위해 줄 지어 있다.

국민들의 집회에 대해 매우 엄격하던 미얀마 정부도 이 기간 동안만은 예외적으로 전 국민이 마음껏 모여서 노는 것을 허용한다.

종교적인 의미를 갖는 행사로 시작됐지만, 젊은이들에게는 그동안 참았던 열정을 폭발시키는, 약간은 광기 어린 축제의 장이 며칠 동안 계속된다. 얌전하고 차분하던 미얀마 사람들이 띤잔 물 축제 기간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축제를 만끽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이 기간동안 거리에 나갈 때는 엄청난 교통체증을 감수하고 몸에 물을 흠뻑 뒤집어 쓸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 한다.

<끝>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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