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현지 직원 음주운전ㆍ성추행 물의...운영ㆍ유지보수 계약 데자뷔 가능성 대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석해 피곤한 듯 얼굴을 감싸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원칙 바로 세우기, 원전 안전 운영과 건설, 사회적 가치 실현, 미래 지향적이고 꿈이 있는 일 잘하는 조직 문화 등 4가지 경영 방침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가겠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4월 경주 본사에서 취임 일성으로 쏟아낸 경영 방침이다. 하지만 정 사장의 마음과는 달리 일부 직원들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모양새다.

정 사장 취임 후 세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가 처음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건설현장에서 잇따라 일부 직원이 물의를 일으키면서 장기 정비계약 수주에 악(惡)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6월 19일 탈(脫)원전을 선언하자 원전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UAE도 친한(親韓)행보에서 방향을 틀었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 약 3조원 규모의 바라카 원전 장기 정비 계약(LTMA) 국제 경쟁 입찰 수주도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공기업계와 언론보도, 정유섭 국회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수원이 UAE 바라카원전 건설현장에 파견한 일부 직원들의 잇따른 일탈행위로 신규사업 수주 차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4건의 사고가 현지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정 사장 취임 후 3건이 터졌다.

지난달 UAE 바라카원전 건설현장에 파견된 2급 직원이 현지에서 비정규직 동남아 여성을 수개월 동안이나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으로 소환됐고, 같은 달 4급 직원은 동료에게 폭언을 쏟아내 물의를 빚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엔 4급 직원이 현지에서 금지된 주류를 반입하다 단속에 걸렸고, 올해 3월엔 3급 직원이 현지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원칙 바로 세우기” 흔들

정 사장은 일부 직원들의 일탈 행위로 속이 쓰리다. 정 사장이 지난 4월 다른 공기업 수장과 달리 토크콘서트의 형식을 취임식에 도입해 혁신적인 행보로 한수원 호를 맡아 출발했지만, 빛을 바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취임 일성으로 내뱉은 “원칙 바로 세우기”는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흔들리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상반기에 있을 UAE 바라카원전 장기 정비계약(LTMA) 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이 기저에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UAE가 냉랭한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전제가 깔렸다.

이 근거로는 UAE가 지난달 프랑스 국영전력회사(EDF)와 바라카 원전 안전ㆍ방사능 방호ㆍ연료 주기 관리 등 운영ㆍ유지 보수와 관련된 계약을 체결한 것을 들 수 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2009년 처음이자 유일하게 수출한 한국형 원전인데, 운영ㆍ유지 보수를 남에게 맡긴 꼴이 됐기 때문. UAE 바라카원전 건설사업은 1.4GW급 한국형 원전 4기를 짓는 공사로, 사업 규모만 20조원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수원 경주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장기 정비 계약 수주 ‘안개속’

한수원의 내년 UAE 바라카원전 장기 정비 계약(LTMA)수주도 안개속이다. 한국형 원자로를 설치하는 만큼 운영ㆍ유지 보수 지원 계약을 따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전례 때문. 더욱이 이번 장기 정비 계약 입찰이 국제 경쟁으로 진행돼 운영ㆍ유지 보수 계약을 데자뷔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수원은 한전 계열사 한전KPS와 함께 장기 정비 계약 수주에 나선 상황이다. 장기 정비 계약 규모는 3조원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우수한 장비 능력과 경험을 부각시켜 원전 장기 정비 계약을 따내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한전kps와 공동으로 팀 코리아의 우수한 정비능력 및 경험을 부각시켜 장기 정비 계약 수주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지 파견 직원 물의에 따른 원전 장기 계약 수주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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