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급작스런 인사에 위성호 은행장 '당혹'...8년 전 라응찬 vs 신상훈 '데자뷔'

조용병(왼쪽)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 21일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 CEO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후 위성호(오른쪽) 신한은행장이 갑작스런 인사통보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급작스런 통보에 당황스럽다."

위성호 신한은행 행장이 26일 신한금융그룹 CEO 인사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위 행장은 "차기 회장 후보 5명 중 4명이 이번 인사로 퇴출됐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좋은 분위기에서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금융권은 위 행장의 작심발언과 관련해 8년 전 신한금융그룹을 초유의 사태로 몰고 갔던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당시 행장간의 갈등을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위 행장이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후임자인 진옥동 내정자에게 인수인계를 할 것이라고 밝혀 '제2의 신한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급작스런 인사통보에 위성호 행장 당혹

사건의 발단은 지난 21일이었다. 신한금융그룹이 계열사 CEO인사를 갑작스레 단행한 것. 그 결과 진옥동 내정자를 비롯한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 CEO들이 대부분 50대로 교체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와 관련 "후배들을 위한 '세대교체' 차원"이라며 "내정자들이 시간을 두고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 시기도 앞당겼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날까지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에서 인사와 관련한 논의를 했던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21일 인사로 인해 퇴출 통보를 받게 됐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인사에 퇴출통보까지 받은 위 행장은 다음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혹스럽다"며 이번 인사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신한금융그룹의 인사는 사실상 8년 전 그룹을 뒤흔들었던 '신한사태'와 연결됐다고 보고 있다. 신한사태는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당시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신한은행은 당시 신 전 사장이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명의를 도용해 경영자문료 15억6000만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고발을 주도한 이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신한은행이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당시 '당선축하금' 명복으로 이 전 대통령 측근에게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밝혀냈다. 이른바 '남산3억원' 사건이다.

하지만 검찰은 결국 자금 용처를 밝히지 못했다. 대신 횡령혐의로 기소된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각각 불구속기소하고, 라 전 회장은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이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이 '남산3억원 사건'의 재주사를 권고하면서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이었던 위성호 행장이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수사대상에 됐으며,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역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주목할 점은 신한금융이 21일 인사를 통해 남산3억원 사건과 관련된 위성호 행장과 김형진 사장을 모두 퇴출시켰다는 점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통상 2월에 자경위를 열어 CEO인사를 발표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두 사람의 상황이 이번 인사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내부갈등 터져나올까

조 회장이 주도한 21일 CEO 인사와 관련해 불쾌한 기색을 가감없이 내비치긴 했지만, 위 행장은 일단 "할말은 많지만, 조직 안정을 위해 말을 아끼고 싶다"며 자제하겠다는 의시를 밝혔다. 

인수인계에 협력할 뜻도 밝혔다. 그는 "조 회장이 임기까지 지내면서 내정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달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진옥동 내정자는 일본 근무 18년을 포함해 국내 영업경력이 없기 때문에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호 행장의 발언 이후 신한금융 내부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신한금융을 비롯한 대부분의 계열사들 관계자들은 "위 행장이 내부분열로 비쳐질 수 있는 작심발언을 해 유감스럽다"면서 "과거처럼 내부분열 사태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면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사상 최대 실적에 서울시금고 유치 등 성과까지 낸 위 행장이 중도경질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들은 통상 신한금융그룹 내 CEO들이 2년 임기에 1년 연임을 해왔던 과거 전례처럼 위행장의 연임을 당연시했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일단 1년 뒤에 이번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의 임기가 2020년 3월 끝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위 행장이 '앞으로 시간이 있는 만큼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위 행장이 언급한 기회가 바로 신한금융 회장직 도전이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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