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6)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미얀마 해상 플랫폼. 사진=뉴시스

석유개발은 도전정신을 가진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석유개발은 도전정신을 기업문화로 가진 회사만이 참여할 수 있다. 한두 번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끈기 있게 도전해야만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가 개발해 이미 검증된 사업 분야에만 진출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회사는 결코 석유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동차, 전자, 조선, IT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기업으로 발전했지만, 석유개발 분야는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 회사들과 아직 경쟁할 수준이 못 된다. 우리나라의 해외 석유개발 분야는 도전정신을 가진 기업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는 석유개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 기업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에너지자원 확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우리나라 석유개발 분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기업이 필요하다.

물론 옥석을 구분해 유망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과 사업인수 후 석유개발사업을 경영·관리하는 인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부족한 석유개발이 다시 부활되고 활성화 돼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는 성공할 수 없다

석유의 에너지자원으로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현대의 산업에서 수많은 물질의 소재가 되고 있는 석유화학제품을 고려할 때, 석유탐사와 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8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oil finder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에 수천 미터 지하 깊숙이 감춰져 있던 석유를 20세기의 에너지로 활용해 인류문명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도 땅 속 깊은 곳에서 지표로 올라오기를 수백만, 수천만 년 동안 기다리고 있는 석유자원이 전 세계 곳곳에 있다. 물론 기회는 이전보다 훨씬 줄었고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테지만, 국가의 장래와 인류사회의 생존을 위해서 석유를 찾고 개발하기 위한 도전과 노력을 결코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

석유개발사업 중에서도 특히 탐사사업에 참여할 경우 성공의 환희보다는 실패의 좌절을 겪는 순간이 훨씬 많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 뒤에 찾아온 성공에서 느끼는 말할 수 없는 희열과 그간의 모든 투자비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막대한 이익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오늘도 석유탐사는 계속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실패를 두려워 하는자는 결코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오직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

우리나라 석유개발 역사상 최고의 성공 프로젝트인 쉐가스전 생산 플랫폼. 사진=저자 제공

은둔의 나라, 미얀마의 매력

우리나라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표현한 것을 봤는데, 미얀마를 두고는 ‘은둔의 나라’로 일컫는다.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의 서쪽 끝에 자리 잡은 나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성 싶다. 기껏해야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 정도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은둔의 나라’라는 표현이 제격일지도 모르겠다.

미얀마는 최근의 개방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제사회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2004년 5월에 미얀마 E&P 사무소를 양곤에 개설하면서 상주하기 시작해 2011년 초까지 거의 7년 가까이 미얀마에서 살았으니 미얀마의 매력에 대해 몇 마디쯤 얘기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한 가지 꼭 이야기하고 싶은 사실이 있다면 함께 양곤으로 이주했던 아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양곤의 사무소에 근무했던 대부분의 한국 직원들과 가족들도 미얀마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매력은 미얀마의 미소

미얀마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외국인들이 ‘미얀마 국민’ 자체라고 대답한다. 항상 평정심을 잃지 않고 온화한 미소로 상대방을 대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성품이 미얀마의 어떤 매력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미얀마 사람들의 순수한 성품이 그동안의 폐쇄 정책으로 인해 외부 사회와의 접촉이 많지 않고, 아직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데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외부 사회와의 접촉이 별로 없다고 해서 모두가 평안하고 온화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미얀마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만 해도 동남아시아의 가장 부국(富國)으로 오래 전부터 많은 외국인들과 접촉해 왔던 나라다. 특히 양곤 등 주요 도시는 이미 자본주의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나라 국민들의 착한 인성의 주원인이 미개방은 아닌 것 같다. 오랫동안의 폐쇄정책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비굴하거나 궁핍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의젓하면서도 결코 교만하지 않으며, 친절하고 온화하면서도 천박한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환한 미소로 대변되는 미얀마 국민들의 착한 성품은 근면성과 함께 이 나라 국민들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다.

쉐다곤(Shwedagon) 파고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유적은 쉐다곤 파고다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이 평지로 돼 있는 양곤 시내의 ‘싱구타라’라고 하는 나지막한 언덕에 장엄하게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황금 불탑 쉐다곤은 실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장관이다.

원추형의 거대한 불탑 지붕 전체가 실제 황금으로 덮여 있어, 야간에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거대한 황금 불탑을 보면 마치 전설의 황금도시 엘도라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쉐다곤 파고다의 황금이 우리 대우인터내셔널이 개발한 황금가스전의 황금과 일맥상통하고 있으니 쉐다곤 파고다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지금부터 약 2500년 전 석가모니 생전에 미얀마의 상인 두 사람이 석가모니로부터 직접 받은 8가닥의 머리카락을 지금 쉐다곤 파고다가 서 있는 언덕에 신사를 만들어 보관했다고 한다. 이것을 계기로 이싱구타라 언덕은 불교의 성지가 됐다.

14세기에 처음 이 언덕에 높이 18미터의 파고다가 건설된 이래(어떤 문헌에는 11세기라고 되어 있음) 왕들에 의해 그 이후 계속 파고다가 증축돼 현재는 높이 100미터, 둘레 약 4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불탑이 됐다.

쉐다곤 파고다의 지붕을 덮고 있는 황금의 양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없으나 7000~8000킬로그램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쉐다곤 파고다 꼭대기 부근에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사파이어, 루비, 토파즈 등 수많은 보석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 보석들의 가치가 파고다 전체를 덮고 있는 황금보다 훨씬 값지다고 한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유적 쉐다곤 파고다. 지붕 전체가 순 황금으로 덮여 있다. 사진=저자 제공

쉐다곤 파고다에는 간혹 외국인들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항상 정성껏 불공을 드리고 있는 수많은 미얀마 사람들로 붐빈다. 쉐다곤 파고다를 비롯한 미얀마 내의 모든 파고다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미얀마 사람들은 태어난 요일을 중요하게 생각해, 두 개 또는 세 개로 이뤄진 이름 중 첫 번째 이름을 들으면 어느 요일에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미얀마 사람의 이름에는 성이 없고, 이름 앞에 남자는 우(U), 여자는 도(Daw), 젊은 남자는 꼬(Ko), 젊은 여자는 마(Ma)를 붙인다.

수요일은 오전과 오후로 구분하므로 모두 8개의 요일이 있는데, 쉐다곤 파고다의 하단은 8각형으로 돼 있으며, 각각의 단에 특정 요일을 지시하는 동물의 상이 있다. 월요일은 호랑이, 화요일은 사자, 수요일 오전은 상아 있는 코끼리, 수요일 오후는 상아 없는 코끼리, 목요일은 쥐, 금요일은 기니아피그(모르모트라고 불리는 쥐과 동물), 토요일은 용, 일요일은 가루다(불교 전설에 나오는 새)가 해당된다.

미얀마 사람들은 쉐다곤 파고다에 가면 자기가 태어난 요일에 해당하는 동물상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그곳에 물을 부으면서 지성으로 불공을 드리거나, 불상을 모신 방에서 스님의 설법을 듣기도 한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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